[로터리] 붉은 깃발법과 RFID
황중연
1865년 영국에서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이라는 기상천외한 법이 만들어졌다. 자동차는 반드시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을 앞세우고 마차의 뒤를 따라야 했다. 속도는 6.4㎞ 이하로 하되 특히 시가지에서는 3.2㎞로 제한했다.
법안이 선포될 당시 자동차는 이미 시속 30㎞ 이상으로 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로 시속 6.4㎞, 그것도 마차 뒤에서 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러니 누가 영국 땅에서 자동차를 만들고 좋은 자동차를 개발할 수 있었겠는가. 사양 산업인 마차를 보호한다는 취지는 그럴 듯했지만 결국 마차와 자동차를 모두 잃은 셈이 되고 말았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의 국내 정보기술(IT)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가운데 하나는 무선인식(RFID)이다. RFID는 각종 물품에 소형 칩을 부착해 사물의 정보와 주변 환경정보를 무선주파수로 전송ㆍ처리하는 비(非)접촉식 인식시스템이다.
바코드처럼 직접 접촉하거나 가시대역 안에서 스캐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바코드를 대체할 기술로 평가받고 있으며 활용범위도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국내외 물류산업을 중심으로 자동 무선식별기술을 활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RFID 기술은 초소형ㆍ저비용ㆍ다기능을 지향하고 있으며 기존의 대표적 인식 수단이었던 바코드에 비해 월등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사물 자동식별과 대용량 정보통합관리체계의 핵심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의 AUTO 센터와 일본의 유비쿼터스 ID센터에서 RFID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며 자신의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채택하기 위한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 주도하에 RFID 기술개발 계획을 수립해 산ㆍ학ㆍ연 협동으로 연구개발 및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체국 역시 RFID 기술을 우편용기와 소포ㆍ등기 우편물과 같은 기록 우편물에 적용해 u-Post 실현을 앞당길 계획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도 사회적 합의와 역량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무한한 경쟁력이 있는 RFID 산업 발전의 도약시기를 잃게 될 수도 있다. 우리 주변에서 '붉은 깃발법'과 같은 요소는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사회적 화두인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입력시간 : 2006/01/18 1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