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톨릭교도의 절반을 차지하고 해방신학의 원천지이기도 한 중남미는 가톨릭 내의 대표적 보수파로 꼽히는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19일 새 교황으로 선출된 데 우려와 기대감이 동시에 교차하며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일부는 20여년 정통 가톨릭의 엄격한 옹호론자로 활동해온 인물의 교황 선출을환영했지만, 새 교황의 생각이 중남미의 각종 사회문제와 충돌할 것이란 우려 또한제기됐다.
중남미와 관련한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핵심적인 도전은 가톨릭 교리를 지켜내면서 현재 중남미 지역에서 날로 두드러지고 있는 가톨릭 교도의 다른 종교로의이탈을 막는 일이 될 것이라고 중남미 가톨릭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새 교황에 대해 한편에서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중남미를 비롯한 전세계 가톨릭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교황청의 신앙 교리를 담당해온그의 초보수적 교리해석으로는 중남미의 사회문제 인식과 변화를 이뤄낼 수 없다는지적도 만만찮다.
그 동안 중남미 지역에서 라칭거 추기경은 급진적 해방신학을 따르는 중남미 지역 사제들을 징계함으로써 강경한 인물이란 평판을 남겼다.
출생률 통제 반대 등 보수적 사회문제 인식은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가 피임을 장려해야 하는 개발도상국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루벤 드리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 교수(신학)는 라칭거 추기경 선출에 대해 "교조적 자본주의 우파의 승리"라면서 "요한 바오로 2세가 갖춘 카리스마와 정치적 기술도 없는 최악의 선택"이라고 잘라 말했다.
1992년 압력으로 사제직을 떠난 브라질의 해방신학자 레오나르도 보프는 "가톨릭 교회의 미래가 달려 있는 중남미가 우려의 원천이 될 것"이라며 보수적 교리로중남미 가톨릭 교도를 잃는 중대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력 경고했다.
일부 브라질 가톨릭계에서는 이번 독일 출신 라칭거 추기경의 선출이 가톨릭 교회의 방향이 유럽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변화와 함께 유럽 이외 다른 대륙은 중요하지 않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하지만 칠레 교황가톨릭 대학 훌리오 레타말 교수는 "가톨릭 사제 부족과 신도이탈 등 가톨릭 운명에 매우 걱정하는 우리 모두에게는 교조적 교황이 필요하다"고강조했다.
상파울루주 아파레시다 교구 라이문두 다마세누 아시스 대주교도 "그는 많은 세계 지식과 풍부한 영혼을 지닌 인물로 교회의 문제점과 브라질의 사회적 문제점도잘 알고 있다"고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높이 평가했다.
콜롬비아 주교협의회 서기관인 파비안 마룰란다 몬시뇰(명예 고위성직자)도 새교황이 중남미 지역 내 빈민층에서 날로 교세를 확장하고 있는 복음주의 신교 정통파로부터 가톨릭의 교세를 되찾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마룰란다 몬시뇰은 가톨릭 내 다양한 분파가 횡행하는 상황에서 라칭거 추기경의 명확하고도 강력한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 동안 브라질, 온두라스, 멕시코 등 중남미 상당수 국가들은 자국인 성직자의새 교황 선출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어왔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