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오바마 '이민개혁 행정명령' 강행] '정권 재창출' 노린 승부수… 공화 "셧다운 불사" 맞불

최대 500만명 합법체류자격 부여

소수민족 선거 영향력 커지고 국민적 공감대도 높아 '강공'

공화 "의회 모독" 반발 불구… 무력화 카드 없어 고민 커져

소송·예산안 거부 등 대책 고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민개혁안을 강행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대 500만명의 불법이민자에게 합법적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이민개혁안을 행정명령을 통해 실행할 계획임을 20일(현지시간) 발표할 예정이다. 차기 대통령선거까지 염두에 둔 이 같은 '승부수'에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제왕처럼 행동한다"며 강력 반발해 연말 미 정국은 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사태까지 우려되는 극한의 대치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500만명에 합법체류 자격 부여=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날 저녁 TV연설을 통해 이민개혁 행정명령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21일에는 미국에서 이민자들이 가장 많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한 학교를 찾아 국민들에게 직접 이민개혁안을 설명할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개할 이민개혁안은 5년 또는 10년 이상 미국에 체류한 불법이민자와 미국시민권자 자녀를 둔 부모세대의 국외추방을 유예하고 취업을 허가하는 게 핵심이다. 또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정보기술(IT)업계 종사자 등에게 취업비자 문호를 확대하는 내용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정명령으로 혜택을 보는 이민자들은 최대 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새롭게 합법체류 자격을 얻은 이민자들에게 '오바마케어' 혜택을 주는 방안은 최종 개혁안에서 빠졌다고 복수의 언론이 전했다. 이민개혁 못지않게 민감한 주제인 오바마케어를 이번 사안과 결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게 뉴욕타임스(NYT)의 분석이다.


◇차기 대선 승부수…소수인종 표 흡수 기대=오바마 대통령이 정국경색을 무릅쓰고 이민개혁에 칼을 뺀 것은 오는 2016년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히스패닉·아시안 등 이민개혁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미국 내 소수인종들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기준 미국의 히스패닉 인구는 약 5,047만명으로 전체의 16.3%를 차지하며 인종별로 흑인(약 3,894만명·12.6%)을 제치고 '넘버2'로 올라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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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높다는 사실도 오바마 대통령의 강공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가 14~1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7%가 이민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찬성했다. 비록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독단적이라며 반대하는 응답자(48%)가 지지자(38%)보다 많았지만 이민개혁 그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남은 임기 2년을 '레임덕(권력누수)'으로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의지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11·4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상하원을 모두 장악당해 손발이 묶여 있지만 이민개혁이 생산인구 증가, 세수확대 등 긍정적 결과로 이어진다면 민주당의 지지도를 높이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반발하는 공화당…'셧다운' 재연되나=공화당은 행정명령이 11·4중간선거에서 드러난 유권자들의 의사와 의회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 측은 "오바마 대통령이 민의를 거슬러 무법의 제왕처럼 행동하고 이 현안에 대해 의회가 행동할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공화당에 오바마 대통령을 막을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법과 마찬가지의 효력을 갖는 대통령 행정명령을 무력화하려면 상하원에서 모두 의석의 3분의2 이상(상원 67석, 하원 290석)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새 의회가 구성되더라도 공화당의 의석 수는 여기에 턱없이 모자란다.

일부 강경파는 다음달 11일까지 처리해야 하는 예산안 통과를 막는 '실력행사'를 주장하지만 최종 목표가 2016년 대선 승리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 연방정부 셧다운이 재연될 경우 정치력을 의심하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민개혁을 지지하는 미국 내 소수인종들과 등을 돌려야 하는 상황도 공화당으로서는 부담스럽다.

이에 따라 공화당은 당분간 모든 국정과제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오바마 대통령을 압박하며 행정명령에 대한 대책마련에 나섰다. 공화당이 검토하는 수단은 '최후의 보루'인 셧다운을 비롯해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권력 남용에 대한 소송, 공화당이 발의한 새로운 이민개혁법 처리, 행정명령 관련 특정 예산안에 대한 원포인트 처리거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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