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방통융합 미룰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독일에서 벌어질 전지구적인 축구 한마당으로 들썩들썩하고 있다. 2002년도에 우리의 가슴을 하나로 뭉치게 했던 엄청난 이벤트가 다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의 대표적인 기술들도 세계 곳곳에서 쾌거를 전해주고 있다. 위성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의 기술력이 독일에서 시연될 것이며, 지상파 DMB의 전송기술도 이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와이브로라는 또 다른 기술도 세계적 기술 표준으로 당당하게 경쟁하고 있다. 늦으면 성장동력 잃을 우려 이러한 기술들은 새로운 산업 창출을 향한 힘찬 첫걸음일 것이다. 반면에 이들 신규 플랫폼사업이 산업적으로 연착륙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예측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제까지 규제 중심적으로 진행돼온 방송 분야와 진흥 중심적으로 성장해온 통신 분야가 결합해야 하는데 서로의 지향성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기술 인프라를 갖고 있으나 정책적 이해관계가 자칫 성장동력을 망쳐놓을 수도 있는 형국인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방송통신 융합에 관한 정책적 합의를 이끌어냈으며 미래에 대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통신법에 근거하여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주관하고 있으며, 영국도 커뮤니케이션법에 따라 오프컴에서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패러다임 전환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역시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방송통신융합기구에 대한 다각적 논의를 진행해왔다. 지난 99년에 방송개혁위원회에서 제안했던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을 시작으로 2001년에는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채택됐고 2003년에는 방송통신정책협의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2004년에는 국무조정실에 방송통신구조개편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으나 별 다른 진전이 없었다. 이에 따라 2005년에는 총리실에 청와대, 방송위원회,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산업자원부로 구성된 방송통신구조개편팀을 구성, 운영했으나 이 역시 서로의 입장 차이를 해소하지 못한 채 지난해 7월에 중단됐다. 이러한 진행 과정에서 얻은 것은 방송통신 융합의 거대한 흐름을 통제하고 미래를 기획해야 하는 정부의 정책이 심각할 정도의 지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점이었다. 방송통신의 기술 환경은 토끼 걸음으로 앞서가고 있는데 정부의 정책은 거북이걸음은커녕 제자리에 정체돼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 지체 현상은 다양한 문제점을 야기한다. 우선 기술 혁신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데에 장애를 가져와 결과적으로 국가 이익에 심대한 훼손이 예상된다. 특히 우리나라가 경쟁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 우위에 있는 정보기술(IT)을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하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국가적 손실은 미래의 국운을 좌우할 정도로 심대할 것이다. 현재 방송통신 융합 환경에 적합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규제기구의 통합, 융합 서비스 관련 법의 제정 등이 시급하다. 이를 위한 기초 작업으로는 관련 산업 육성방안, 보편적 서비스에 관한 입장 정리, 이용자 편익 신장이라는 정책 목표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더욱 근본적인 필요 조건은 정책 당국자의 의지이다. 법제도의 정비가 지연될수록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 야기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규제기구 통합·법 제정 시급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인해서 세상은 점점 융합화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표적인 기술들도 디지털 개념을 전제로 해서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새로운 미디어라 할 수 있다. 이미 국가적인 역량이 상당 부문 진척돼 있는 방송통신 분야에서 제도적ㆍ정책적 논의는 언제까지 각자의 이해 관계에 따른 좁은 시각에 만족할 것인가. 미래의 수위를 예측하고 국가적 발전을 견지할 수 있는 방송통신 융합의 정책적 실마리를 시급히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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