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MBA로 가는 길] 한국형 MBA 괄목성장… 유학파 인재들도 돌아온다

후발주자 핸디캡 극복위해 기술·의료·미디어 경영등 대학별 특화 프로그램 운영<br>해외大와 연계 복수학위로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 형성… 외국인 유학생들도 증가세

국내 대학의 MBA 과정은 해외 대학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적극적인 국제화와 특성화된 커리큘럼 운영으로 빠른 속도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로 출범 5년째를 맞은 한국형 MBA 과정이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수십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해외 유명 대학의 MBA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우리나라 경제성장 과정처럼 '압축 성장'을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근접해가고 있는 것. 국내 MBA는 해외 MBA에 비해 학비가 저렴하고 학위를 따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는데다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기에 용이한 장점이 있다. 해외 MBA와 복수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많아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해외 MBA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빠른 경제성장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의 관심이 커지면서 외국인 유학생도 늘고 있다. 국내 MBA들이 글로벌화와 함께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도 해외 MBA 지원자들이 국내로 'U턴'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특성화된 프로그램으로 후발주자 약점 극복=비싼 학비를 감수하면서 해외 MBA에 지원하는 것은 선진 경영 노하우를 익힐 수 있는데다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MBA들이 쉽게 따라잡기 힘든 부분이다. 국내 대학들이 후발주자로서 이러한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특성화다. 건국대는 국내 최초로 '기술경영(MOT) MBA'를 개설했다. 연구개발(R&D) 전략 등 기술 개발과 사업화의 중요성이 큰 기업 환경에 맞춰 재무ㆍ회계ㆍ인사조직ㆍ마케팅 등 전통적 MBA 프로그램도 이공계 인력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기술경영 분야의 교육을 강화해 제공한다. 송균석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최근 이공계 인력의 최고경영자(CEO) 진출이 많아지면서 이들에 대한 기술경영교육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MOT MBA를 개설했다"면서 "기술경영의 창시자인 윌리엄 밀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를 초빙해 교육과정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도 의료경영과 미디어경영으로 특성화를 꾀하고 있다. '글로벌 의료경영MBA'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예상되는 의료 시장 개방화와 국제화로 경쟁이 심화될 것에 대비해 의료 산업의 전문지식과 경영이론을 겸비한 의료경영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방송통신 미디어 MBA'는 방송통신 미디어경영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개설됐다. 특히 종합편성채널의 등장 등으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디어경영 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의 관심이 높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선진국의 앞선 미디어경영 노하우를 습득하기 위해 방학 중 미국ㆍ스웨덴 등 해외 현장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중앙대는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 등 신흥시장(BRICs)에 대한 지역경영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글로벌 브릭스 MBA'를 운영하고 있다. 신흥시장의 역사와 정치ㆍ경제 시스템, 세제 및 법률, 산업정책, 투자 및 무역에 관한 규제 등에 대한 지역경영 전문지식을 가르친다. 이 밖에 숙명여대는 호텔ㆍ레스토랑ㆍ여행ㆍ여객운송ㆍ문화ㆍ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 산업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르 꼬르동 블루 호스피탈리티MBA'를 운영하고 있고 동국대는 국내 처음으로 약학 분야 MBA과정인 '팜(Pharm)-MBA'를 이번 학기에 신설했다. ◇해외 대학과 복수학위 운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 근접=국내 MBA는 특성화와 함께 글로벌화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 MBA와 견줘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제화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외국 유학생들이 많은 글로벌 MBA 과정은 100% 영어로 강의하는 것은 물론 선진 경영 프로그램을 접하고 싶어하는 국내 학생을 위해 복수학위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 서울대는 미국 듀크대 푸쿠아 비즈니스스쿨, 중국 베이징대, 프랑스 에섹(ESSEC)과 복수학위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한편 7개국 15개 대학과 교환학생 협정을 맺고 있다. KAIST는 미국 로체스터대ㆍ미시건주립대ㆍ일리노이대ㆍ남가주대 등과 각각 협정을 맺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모든 MBA 과정에서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이화여대는 전세계 24개교와 복수학위 또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서강대도 영국 카스 비즈니스스쿨 등 4개교와 복수학위 과정을 개설해놓고 있다. 중앙대는 글로벌 BRICs MBA 학생들을 1년간 중국 푸단대에 보내 공부하도록 하고 공동 학위를 주고 있다. 국내 MBA들의 높은 국제화 수준은 경영학 분야 인증에서도 잘 드러난다. KAIST가 AACSB(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와 GMAC(미국 경영대학원입학위원회), EQUIS(유럽 경영대학 인증제도) 등 3개 기관에서 표준 인증을 모두 받은 것을 비롯해 서울대ㆍ고려대ㆍ연세대ㆍ성균관대ㆍ이화여대ㆍ한양대 등도 국제적 기관에서 인증을 취득해 프로그램의 질을 공인 받았다. 국내 MBA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근접하면서 외국인 유학생도 점차 늘고 있다. 특히 100%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각 대학의 글로벌 MBA 과정은 전체 학생의 절반가량이 외국인일 정도다. 외국인 교수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성균관대 21명을 비롯해 고려대 19명, 인하대 9명, 서울대 6명 등 총 13개 대학에 83명의 외국인 교수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처럼 국내 MBA가 국제화ㆍ특성화를 통해 짧은 기간에 자리를 잡았지만 국제적 지명도나 졸업생 취업 등에 있어서는 해외 MBA에 비해 취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기업들이 국내 MBA보다 해외 MBA 졸업생을 우대하는 풍토는 여전하다. 한 대학 MBA 관계자는 "국내 MBA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몰라보게 달라졌지만 졸업생들의 잡 마켓이 아직 협소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차별화된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국제화 프로그램을 한층 강화해 보다 전문화된 지식과 현장경험을 갖춘 전문가를 배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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