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기업 변하고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지난 5일 다소 이례적인 회의를 열었다. 「21세기를 대비한 노사합동 전략회의」장정곤 이사장을 비롯한 임원과 노조가 모두 참여한 회의였다. 공사 전직원은 이 자리에서 제2의 도약을 굳게 다짐했다. 공사가 처한 경영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 마음 한 뜻이 되자는 공동의 약속이었다. 다른 공기업들의 사정도 비슷하지만 경영혁신의 성공적 마무리는 전기안전공사에게 특히 시급한 과제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혁신이 더뎌질 경우 공사는 만성적인 경영난에 시달려야 한다. 조사, 연구, 기술개발에도 소홀해 질 수밖에 없어 전기안전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길 수도있다. 전기사고는 국민들의 인명과 재산피해로 직결되기 마련. 전기안전공사로선 경영혁신의 성공은 필수적이다. 공사는 정부의 산하기관에 대한 지원 중단 방침으로 인해 한국전력으로부터 받던 출연금을 단 한푼도 못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전기안전에 관한 조사, 연구, 기술개발과 홍보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들의 설비 투자위축으로 사업전망은 불투명한 상태. 국회 안전대책위원회에서는 우리 나라 안전관리 체계의 전면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공사는 안팎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을 맞고 있다. ◇환골탈태 = 이처럼 변화된 환경은 공사를 바꾸고 사람도 탈바꿈시켜놨다. 공사의 변화된 모습은 슬림화된 조직에서 먼저 볼 수 있다. 공사는 군살제거작업부터 시작했다. 5처 2실 1단 1본부 1연구원으로 복잡하게 짜여져 있던 조직은 5처 2실 1연구원으로 통폐합됐다. 남아도는 인력에 대한 메스도 가해졌다. 공사는 올해말까지 169명의 인력을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지난해 157명을 잘라냈다. 상근임원인 안전교육이사자리를 없애고 엔지니어링 사업본부장자리도 폐지했다. 사업장규모가 작은 강원·제주지사장의 직급은 1급에서 2급으로 하향조정됐다. 지난해 감축된 인원은 기능직이 가장 많았으나 올해 감축될 인원 12명은 모두가 간부직이다. 올해에는 부처장급(2급) 2명을 포함해 과장급(4급)이상 간부들만 옷을 벗게 되어 있다. 공사는 또 방만하게 운영되던 경비를 절감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지난 98년 한해동안 절감한 인건비성 비용절감액만 26억원에 달한다. 임직원들의 상여금은 65%가 깎였고 체력단련비는 25%가 줄어들었다. 시간외 수당도 1년동안 10억원 가까이 줄여놨다. 공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는 더욱 강도높은 경비절감에 나선다는 계획. 상여금은 지난해에 65%가 줄어든 상태에서 150%가 추가로 삭감되고 체력단련비도 50%가 더 줄어든다. ◇사업다각화 = 공사는 경영혁신의 일환으로 그동안 비싸다는 비판을 받아온 전기설비 검사수수료를 평균 10% 인하했다. 이에따른 수입감소액은 21억원에 이른다. 경기불황에 따른 기업의 휴·폐업, 도산이 늘어남에 따라 줄어드는 수입감소액만도 약 27억원이다. 정부의 지원도 뚝 끊기고 고유 수익이 대폭 감소함에 따라 공사는 경영혁신과 함께 사업다각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공사의 주업무는 전기설비에 대한 검사·점검및 기술 지원, 전기안전에 대한 조사·연구및 기술개발이다. 공사는 고유 업무만으로는 이제 몸통을 유지하기조차 버겁다고 판단하고 있다. 구성원 모두가 공기업에 걸맞는 새 사업을 찾아야만 살 수 있다는 절박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돌파구는 사업다각화. 공사는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엔지니어링사업, 안전인증시험업무에 참여하고 있다. 2가지 사업 모두가 걸음마단계에 있지만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공사의 재정자립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張이사장은 지적하고 있다. 공사는 특히 안전인증시험업무를 뿌리내리게 하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공사는 유럽 최대의 안전인증기관인 독일 튜브라인란트(TUV RHEINLAND)기술검사협회와 인증업무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EU지역의 CE마크, 독일의 GS마크등 제품 인증시험에 참여하고 있다. 이와함꼐 올해에는 미국 보험인증협회(UL)과 제품 인증 시험업무에 관한 실무적 업무 협력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UL과는 이미 지난 97년 기술지원및 자문등에 관한 기술협력 협정 의향서를 교환한 상태이다. 전기안전공사는 올해 예산이 855억원에 그칠 정도로 덩치가 작은 공기업에 속한다. 하지만 조직개편과 사업다각화는 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경영혁신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경영혁신의 강도는 매머드급 공기업들보다 더욱 강하고 맵다. 【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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