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복용상태에서 경찰에 자수한 40대 남자가 이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바람에 그동안 체납했던 세금 수십억원을 물게 됐다.
2일 서울 동부지법에 따르면 기획부동산업자 김모(41)씨는 작년 11월10일 히로뽕 0.03g을 복용 후 환각상태로 서울 광진경찰서(당시 동부경찰서)에 찾아가 "누군가 나를 쫓아와서 죽이려고 한다. 마약을 투약했으니 검찰로 보내달라"는 등 횡설수설했다.
경찰은 히로뽕 양성반응을 보인 김씨를 체포하고 조사를 벌이다 김씨 가방에서 1억원짜리 수표 67장을 발견했으나 마약 사건과는 관련이 없어 이를 돌려줬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국세청이 관련 기사를 보고 세금 74억여원을 체납해 고액 체납자로 분류돼 있던 김씨가 67억원의 거액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세금징수에 나선 것.
김씨가 "가족들에게 수표를 줘서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며 또다시 세금 납부를 거부하자 국세청은 조세범처벌법위반 혐의로 김씨를 고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다급해진 건 김씨였다.
집행유예 기간에 있던 김씨는 세금체납으로 실형을 선고 받으면 앞서 선고된 징역의 집행유예가 취소된다는 것을 법원에서 듣고 숨겨둔 수표 67장 가운데 66장을 황급히 찾아와 세금을 냈다.
김씨는 작년 5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10월엔 농지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국세청의 고발과 검찰의 공소 취소로 마약 혐의에 대해서만 재판을 받아 집행유예 상태는 유지할 수 있었지만 거액의 세금을 물어야 했다. 법원 관계자는 “피고인이 자수한 점을 참작해 지난달 31일 벌금 8,000만원을 선고했지만 결국 히로뽕을 한 차례 복용하고 자수했다가 세금 66억원과 벌금 8,000만원을 날리고 140일을 구치소에서 보낸 셈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