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진정한 세계화의 길

최근 5개월 동안 국제 회의를 3번 참석했다. 작년 10월 말레이지아에서 개최된 아시아경제정상회의에 참가했고 이어 올해 1월엔 일본경영자대회에 초청을 받아 그 곳에서 강연을 했다. 얼마 전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가했다. 짧은 기간 동안 3번씩이나 국제적인 회의에 참가했던 이유는 글로벌기업을 추구하는 한국기업의 CEO로서 세계 경제 흐름을 파악하고 이 시대에 가져야 하는 새로운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경제환경은 이라크전쟁의 위협, 북핵 문제, 유가인상 등으로 인해 그 전망이 불확실하다. 또한 미국의 경기침체, 일본의 장기불황, 그리고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의 급성장 등의 저성장과 기회 창출이라는 예측불허의 격랑 속으로 세계 경제환경이 치달아 각 기업들에게 전략적 경영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시점에 동북아 허브국가를 꿈꾸는 한국의 CEO로서 3번의 국제적인 경제회의 참가는 매우 깊은 교훈을 얻는 계기가 됐으며 동시에 한 가지 중요한 생각을 갖게 했다. 먼저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우리들은 가치관, 즉 세계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국가간 상호 경쟁과 상호 협조를 도모해야 하는 세계화 시대, 우리들이 가져야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라는 화두 앞에 떠오른 것은 세계인은 서구에 비해 개발 여력이 상대적으로 많은 아시아 지역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우루과이라운드를 시작으로 WTO, OECD 등 국제기구의 설립 등과 함께 아시아의 전면적인 개방압력이 매우 거세지고 있다. 바로 이러한 작금의 형세는 100여년 전과 매우 흡사하다고 판단된다. 100여년 전,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급팽창한 서구 문화와 문명이 아시아에 물밀듯이 들어왔던 20세기 초의 세계 흐름을 간파한 아시아의 주요 개화파들은, 즉 동도서기를 주창하던 한국의 개화파와 화혼양재를 주창하던 일본의 개화파는 서구문물을 받아들이되 동양의 혼과 정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변화를 시도했다. 그런데 10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들은 과연 세계의 변화와 경제개방의 흐름 속에서 그때의 개화파들과는 다른 어떤 가치관을 확립하고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는지 반성부터 앞선다. 일본경영자대회 강연에서 이 시대 세계화를 꿈꾸는 모든 이들이 가져야 하는 가치를 `지구화(Earthism)`라는 용어 속에 담아서 표현했다. 지구화란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성과 특성을 잘 살리면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신바람 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나의 세계화 논리이다. 지구화를 우리말로 표현하면 `얼쑤이즘`인데, 한국 전통민속 놀이판에서 창자와 관객이 서로 흥을 돋우고 함께 나누는 `얼쑤`라는 추임새에서 따온 말이다. 이러한 세계화의 논리, 얼쑤이즘에 입각하여 한국경영인으로서는 최초로 일본 경영인들 앞에서 우리 전래민요 한 소절을 곁들여 강연을 했고 세계 변화에 아시아 각국이 당당하게 대처하는 길은 얼쑤이즘의 가치관을 가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개념, 즉 세계적 수준의 표준에 따라가야 한다는 논리만으로는 세계화시대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치, 경제, 문화 전반의 핵심역량을 발굴하고 육성해 세계가 인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야 한다. 이것이 글로벌시대에 가져야 하는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자세이며, 진정한 세계화이다. 따라서 우리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하고 모든 부문에서 실현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국제포럼에 참가하면서 더욱 되새기게 된 것은 진정한 세계화란 무엇이며, 그 세계화의 변화 속에서 우리가 가져야 하는 것은 확실한 가치관의 정립이라는 것이었다. 앞으로 전개될 동북아 시대에 중심국가가 되기 위해선 우리의 핵심역량을 제대로 파악하고 세계 속에 당당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미래 청사진을 설정하여 제시하는 일을 우선시 해야 한다. 더불어 세계 각국이 가지고 있는 개성과 특성을 이해하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지구화라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설정해야 동북아 허브국가로서의 대한민국 실현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조운호(웅진식품 대표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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