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물가 집착하다 성장 놓칠수도… 경제운용 기조 재검토해야"

■ 전문가 진단<br>美 더블딥 가능성 커져 위기 예상보다 더 심각<br>재정으로 경기부양 보단 통화정책 적극 활용해야

금융시장이 이틀째 요동을 친 9일 서울 중구 명동 외환은행 본점의 외환 딜러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시장지표를 주시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강동수 KDI 거시경제부장

신민영 LG硏 거시경제 부문장

윤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준협 현대硏 국내경제팀장

이명활 금융硏 거시금융연구부장

"물가는 이제 걱정이 아닙니다. 극단적으로 경제운용의 최우선 목표를 성장으로 잡는 방법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강동수 한국경제연구원(KDI) 거시경제부장) 미국발 충격에 국내외 금융시장이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9일 서울경제신문은 우리 정부의 대응방안 및 향후 파장에 대해 긴급 전문가 인터뷰를 실시했다. 이들은 "미국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이 커지는 등 위기의 심각성이 예상보다 크다"며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가 '물가'에서 '성장'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주요국들이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정지출 확대는 효과가 거의 없다"며 "통화정책을 적극 활용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최소한 동결하고 인하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블딥ㆍ시스템 리스크 가능성 커져=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이번 금융불안이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같은 메가톤급 태풍으로 발전할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거시금융연구실장은 "투자자들이 과민반응하는 것 같다"며 "리먼 때는 문제의 본질을 몰라 해결책도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보유액 등 외화 유동성이나 경상수지ㆍ실물경제 등의 측면에서 2008년보다 훨씬 더 탄탄해졌다고 보고 있다. 윤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지금의 가장 큰 문제는 신뢰 상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주요 선진국의 통화ㆍ재정정책 카드가 다 바닥났다는 것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국내경제팀장은 "미국 경제가 버틴 게 정부 지출인데 회복세가 민간으로 옮겨가지 못하는 가운데 이제 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경우 더블딥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최근 각국의 리더십 위기에 대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고 있다. 강 부장은 "재정위기란 시장이 정부를 의심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리더십이 복원되지 않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에서 '성장'으로 이동도 검토를=전문가들은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경제운용 기조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둔화되는 반면 물가압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금융불안이 장기화하면 자산효과 감소,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내수가 타격을 받고 수출에도 부정적"이라며 "지금은 정부가 제시한 4.5% 성장은 물론 4%도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 실장도 "당초 성장률 4.4%, 물가상승률 4.2%로 봤는데 수정할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강 부장 역시 "미국이 3차 양적완화(QE3)를 한다는 것 자체가 단기적 마약 같은 것"이라며 "미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우리로서는 원화 가치 상승으로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이 '긴축' 위주였던 통화정책의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팀장은 "지금 기준금리를 올리면 대외 충격에도 불구하고 물가를 잡기 위해 경기둔화를 용인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리 동결과 더불어 통화의 순환을 촉진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급준비율 인하 등의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금리 인하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강 부장은 "정부가 컨틴전시 플랜을 다시 짜야 한다"며 "글로벌 경기침체가 오면 물가 걱정은 한 순간에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3.25%인 기준금리를 3.0%까지 내릴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은 재정정책을 동원하는 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신 실장은 "현재 전세계의 화두는 재정건전성"이라며 "아직 경기침체가 가시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적극 사용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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