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퍼레이드는 이따금 국내 TV에 비쳐지는 북한 인민군의 살기(殺氣) 넘치는 행진보다도 한 차원 높은 위압적인 모습이었다. 중국이 자체 제작한 핵탄두 미사일 둥펑(東風)41을 비롯해 최첨단 무기들이 등장했고 최신 전투기·초음속 폭격기 등의 비행쇼에 이어 대규모 인민행렬까지 끝없이 진행됐다. 50만명이 참가했다는 발표였다.행사의 절정은 저녁 불꽃놀이였다. 중국의 31개 성(省) 직할시 대표팀들이 경쟁적으로 중국 특유의 꽹과리에 북, 때로는 오케스트라 반주로 힘찬 노래와 합창·군중무용·화려한 용(龍) 놀이·카드섹션 등을 벌여 한창 흥(興)이 무르익을 무렵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천둥치는 것과 같은 소리와 함께 각양각색의 불꽃들이 톈안먼 광장 온 하늘을 뒤덮어 내리는 대단한 스펙터클이었다.
중국 정부는 이번 행사를 위해 1,100억위안(미화 약 130억달러)을 썼다고 한다. 공식적인 내역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200억달러를 썼을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았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많은 돈을 써야했는지 비판적인 시각이 독일· 프랑스· 미국 등 언론에서 있었다지만 중국 정부로서는 마음먹고 무엇인가를 보여주려고 준비한 것 같았다.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이만큼 됐다」는 것을 만방(萬邦)에 시위(示威)하려는 것처럼 보였고 중국 국민과 화교(華僑)들에게 단합과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도 역력히 보였다.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인들은 대만족을 표시했다.
현장에 있었던 한국 대표들은 대체로 착잡한 표정들이었다. 왕년의 육군참모총장이었던 백선엽(白善燁)은 마음이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절정기에 들어선 듯한 중국의 국력을 눈앞에서 실감하면서 거대하게 솟아오르는 중국의 존재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이 될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하게 되는 듯싶었다.
얘기는 우리가 중국을 너무 모른다는 자탄(自彈)의 소리로 발전했다. 막연하게 우리가 중국의 속국(屬國)이었다는 열등의식, 여기저기 부분적으로 중국을 여행해본 인상들, 비즈니스 딜을 해본 명쾌하지 않은 경험, 「삼국지」와 같은 소설들을 읽은 상식과 선입견을 뛰어넘지 못하는 수준이 아닌가 하는 의견들이었다. 그런 때문인지 중국에 진출한 수많은 기업들중 돈을 벌었다는 말은 아직 듣지 못했다.
김용원 도서출판 삶과 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