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다 같은 아들인데…

사진 위 (우현석 성장기업부장), 아래 (현빈)

해병대에 복무 중인 현빈이 지난 27일 휴가를 나왔다고 한다. 언론들은 배우 현빈으로 유명했던 해병 김태평이 지난 3월7일 입대해 6월 중순 '100일 휴가'를 나올 예정이었지만 최근 발생한 해병대 총기사고와 자살사건 등으로 예정보다 한 달 여가량 늦게 휴가를 나오게 됐다는 상보를 전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원래 입대 100일 만에 나오는 해병대의 휴가는 5박6일인데 현빈이 특혜를 더 받아 며칠 더 휴가를 받았네, 아니네'하는 기사까지 쏟아졌다. 연예인 군복무 지나친 미화 최근 들어 군복무로 칭송을 받은 스타로는 조인성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군복무 중 공군의 이미지 제고에 기여한 공로로 제대하는 날 참모총장 표창까지 받았다. 일부 연예인들이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는 와중에 당당히 군문에 들어선 이들의 용기는 그래서 가상하고 기특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들의 군복무는 응당 치러야 할 의무인데 주변에서 지나치게 미화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들의 군복무를 기특하게 여기게 된 것은 어쩌면 그동안 상류층 인사나 자제들 사이에 병역 기피가 만연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유명인들의 군복무가 별반 신기하지도 않고 오히려 자연스럽다. 미국에서는 2차 대전 때 수많은 유명인들이 일반인과 똑같이 참전했다. 56연속 경기 안타라는 대기록을 세운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는 43년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자원입대 해 3년간 복무했다.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도 징집 대상자는 아니었지만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한국전쟁에서는 전투기 조종사로 39회나 출격했다. 은막의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클라크 게이블은 2차 대전 개전 직후 육군항공대에 입대, 폭격기 기관총수로 독일 폭격에 참가했다. 헨리 폰다는 해군에 입대, 구축함 승조원으로 근무하다 45년 중위로 제대했고 제임스 스튜어트는 42년 공군에 입대, 폭격기 기장으로 활약했다. 그들은 당대의 스타였지만 또래의 젊은이들과 똑같이 조국을 위해 총을 들었다. 그런 전통 때문인지 미국 언론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뛰고 있는 추신수의 병역면제와 관련해 "주한미군 3만명은 한국을 지키기 위해 고생하고 있는데 추신수는 미국에서 호사를 누리면서 야구에 전념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들에게 병역이라는 것은 피해가서는 안 되는 막중한 의미인 것이다. 그런 그들을 생각하면 군복 입은 스타들을 좇는 우리의 관심은 민완(敏腕)하기 보다는 부박(浮薄)해 보일 지경이다. 게다가 강화도에서 일어났던 총기난사 사건이 불과 한 달 전의 일이니 이 같은 보도나 관심의 범람은 오히려 수선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이름없는 병사에 더 관심을 군과 언론이 현빈과 조인성에게 쏟는 애정과 관심을 일반 사병들에게 쏟았더라면 총기난사 같은 끔찍한 사건은 사전예방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드는 것은 상상력의 과잉일까. 현빈과 조인성도 훌륭한 군인이지만 전방 초소에서 졸음을 참으며 적정을 감시하는 이름 없는 병사도 우리의 아들이고 진흙투성이가 돼 수해를 복구하는 장병들도 모두 똑같은 우리의 아들이다. 이제 군문에 들어선 스타를 따라다니며 피우는 수선은 그만하면 됐다. 지나친 관심은 그들을 속박할 뿐 아니라 묵묵히 복무하고 있는 다른 사병들을 소외시킬 수도 있다. 은막의 스타 출신이나 이름 없는 병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무슨 일 생기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가 순식간에 식어버리는 냄비근성이 아니라 일상의 애정과 꾸준한 관심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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