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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가 올해 노조 파업으로 사상 최대액의 손실을 입었지만 해외 공장의 정상 조업에 힘입어 생산차질 비율은 1.9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생산체제를 갖추면서 그만큼 노조의 파업압박을 견뎌낼 수 있는 내성이 강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9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최근 노조의 파업으로 지난 6일까지 13만6,768대의 생산차질과 2조6,063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생산차질 대수는 역대 세 번째로 많고 손실금액은 역대 최대 규모다.
그러나 생산차질 비율, 즉 글로벌 생산능력 대비 생산차질 대수의 비율은 1.95%에 그쳤다. 이번 파업으로 발생한 생산차질 대수 13만6,768대는 현대∙기아차의 올해 글로벌 생산계획 700만대 가운데 1.95%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올해 만들 차가 100대라면 이번 파업으로 못 만든 차는 2대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14만2,673대의 생산차질이 빚어졌던 2003년의 생산차질 비율은 4.27%였고 생산차질 대수가 16만6,276대로 사상 최대였던 2006년에는 비율이 3.89%였다. 올해는 그 절반 수준으로 생산차질 비율이 낮아진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이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글로벌 생산전략에 맞춰 지난 10여년간 탄탄하게 글로벌 생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결과"라면서 "해외 사업장은 생산이 안정적이고 생산성도 높아 국내 사업장의 파업이 경영에 가하는 충격을 크게 줄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파업으로 판매손실은 국내시장에 국한됐다는 설명이다.
현대차의 경우 파업에 따른 공급부족으로 8월 내수판매가 지난해 8월 대비 29.8% 줄어들었다. 그러나 해외시장에서는 해외 공장에서 만든 차들의 판매가 지난해 8월 대비 14% 증가하면서 국내 공장 생산 감소분을 성공적으로 만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회장은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생산거점 확보에 나섰다. 10년이 지난 현재 현대∙기아차는 미국 60만대, 유럽 60만대, 중국 143만대, 인도 60만대, 터키 10만대, 러시아 20만대 등 선진국과 신흥국을 아우르는 총 353만대의 해외 생산 네트워크를 완성한 상태다. 이는 국내 공장의 생산능력인 305만8,000대를 넘어선다.
여기에 올해 11월에는 연산 15만대 규모 현대차 브라질공장이 완공되고 내년에는 터키공장의 10만대 증설사업이 완료될 예정이다. 오는 2014년 30만대 규모의 기아차 중국 3공장 건설이 완료되면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능력은 연 408만대로 확대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국내 사업장의 파업에 견딜 수 있는 위기대응 능력을 확보한 상태"라면서 "노조가 파업을 통해 뜻을 관철시키려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노조를 향해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상생할 수 있는 새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