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3일 제주서 한미FTA 4차협상

무역구제·섬유등 '최대복병' 될듯<br>김종훈 대표 "이견 최소화로 협정 뼈대 구축" <br>양국 농업부문등 진전된 개방안 제시할듯<br>개성공단 문제는 북핵 맞물려 논의 미룰수도


“4차협상부터는 배지기 같은 화려한 기술이 나올 것입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진행상황을 씨름경기에 종종 비유해온 김종훈 우리 측 수석대표가 지난 9월에 한 말이다. 본격적인 주고받기가 이번 협상에서부터 시작될 것임을 의미했다. 하지만 최근 만난 김 대표는 “4차협상은 ‘FTA의 뼈대 만들기’가 될 것”이라며 오히려 한발 물러섰다. 오는 23일부터 5일 동안 제주에서 열릴 4차협상에서는 17개 분과에 걸쳐 가능한 최대의 합의점을 끌어내 이견을 최소화한 뒤 5차협상부터 남은 쟁점을 놓고 막판 줄다리기에 들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분과별로는 반덤핑제재와 관련된 무역구제, 섬유, 의약품, 자동차, 농업 등이 협상의 최대복병이 될 전망이며 협상시한이 많지 않은 의약품은 의외의 진전을 이룰 가능성도 있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는 북한 핵실험과 맞물려 일단 테이블 밑으로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한미 FTA 4차협상은 또 북의 핵실험에 대한 한미간 대북제재의 조율정도와 북의 추가 핵실험 등 외부요인에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협정 뼈대 만들기=9월 시애틀에서 열린 3차 한미 FTA 협상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양국 대표도 “진전은 있었지만 만족스럽진 않았다”고 했다. 연내 협상타결을 원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이번 4차협상에서 이견을 최소화해야 12월 5차협상에서 마무리를 할 수 있다. 내년 3월을 협상 데드라인으로 생각하는 우리 측 협상단 역시 4차협상에서 상당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5차협상부터 본격적인 주고받기가 가능하다. 미국의 요구대로 5차협상에서 모든 이견을 해소하지는 못하더라도 김 대표의 말처럼 4차협상에서 협정의 골격은 만들어야 여유를 갖고 협상 타결을 모색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양측의 이해관계가 강하게 충돌하고 있는 무역구제, 섬유, 의약품, 자동차, 농업과 협상 자체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지적재산권 등을 제외한 분과에서는 한 두가지 쟁점이외에는 양국이 어떤 식으로든 합의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의약품, 무역구제 등 쟁점 분야에서 협상이 결렬돼 다른 분야까지 파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북핵 사태에 대한 한미간 조율과정에서 심각한 마찰 또는 갈등이 불거질 경우 협상 순항은 장담할 수 없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4차협상은 어느 때보다 정치 바람을 많이 탈 것 같다”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들 여전히 첩첩 = 반덤핑 규제완화 등 우리측 관심이 큰 무역구제는 3차협상에 이어 4차협상의 최대 복병이다. 미측은 여전히 “반덤핑 문제뿐 아니라 상계관세 분야도 협상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약품 분야도 이번 협상의 난제로 꼽힌다. 약가 적정화방안(포지티브 시스템)과 관련해 독립적 이의신청기구 설치 등 세부절차 개선, 특허권 연장 등을 요구하는 미측에 대해 우리 측은 여전히 반대 입장이 강하지만 연내 약가 적정화방안을 시행하려면 이번 협상에서 진전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상품양허안(개방계획) 협상에서는 미측이 섬유를 비롯한 공산품 분야에서 얼마나 전향적인 수정안을 제시할지, 한국이 농업 분야에서 얼마나 양보할지가 관건이다. 일단 양국은 섬유와 농업 부문에서 각각 3차협상보다는 진전된 개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 분야에서 미측은 49%로 제한된 기간통신사업자와 케이블TV의 외국인 지분제한 확대를 계속 요구할 것으로 보이며 법률ㆍ회계시장의 우리나라 개방계획에 따라 추가 요구를 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반면 우리 측은 미국의 항공사 외국인 지분 제한과 미측 해운서비스 시장 개방을 요구, 방어에 나서는 한편 취업비자쿼터 배정, 전문직 자격증 상호인정 등을 강하게 주장할 예정이다. 개성공단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는 북 핵실험 등을 감안할 때 거의 논의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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