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초대석]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출자총액제 단계적으로 철폐 가능"최저자본금제 폐지 등으로 법인설립 쉽도록 할것한미FTA로 피해보는 쪽 재계서 돕는 것은 당연서해광구 탐사권 연장 불허는 유징 없었기 때문 대담: 이용웅 경제부장 yyong@sed.co.kr 정리= 손철기자 runiron@sed.co.kr 사진 이호재기자 관련기사 정세균 "산자부, 이렇게 하면 망해" [월요초대석] 정세균 장관의 말말말…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단계적 철폐가 가능합니다. 창업환경 개선을 위해 법인 및 공장설립 제도는 제도 그 자체의 존치여부를 원점에서 검토해 규제개혁을 하겠습니다.”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과 당의장을 역임한 파워맨,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과천청사 장관 접견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계의 관심사 면서도 논란에 휩싸여 진로가 불분명한 이슈들에 대해 이처럼 명쾌하게 정책비전을 제시했다. 여당의 최고사령탑을 지낸 정치인이기에 앞서 기업인이었던 그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투자의 선행단계인 출자를 규제하기 때문에 기업투자가 위축되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말해 “출총제가 투자를 위축시키지 않는다”는 정부 일각의 주장을 일축하기도 했다. 수출 한국호의 선장이기도 한 정 장관은 그러나 “일본 경제의 회복과 최근의 원화강세로 인해 대일 무역역조는 더욱 심화될 것 같아 걱정이 많다”고 우려했다. 한미FTA에 대해서는 “남이 장에 가면 함께 가야 한다”는 촌평 한마디로 FTA가 거스를 수 없는 국제적 대세이자 시대조류 임을 강조했다. -산업자원부의 역할이 과거 상공부 시절 등 보다 많이 축소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자유주의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니까 빼더라도 세계화는 시대조류입니다. 세계화에 따라 산업정책의 시각도 달라져 왔고 정부 역할도 변화해 왔습니다. 하지만 산업에 대해 정부가 할 일이 여전히 있고 산자부의 역할도 강화돼야 합니다. 부채 비율이 100% 이하로 투자여력이 있는 기업들이 많이 있지만 돈벌이에 대한 확신이 많지 않아 투자를 기피합니다. 산자부는 돈벌이의 비전을 제시해 기업의 투자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기업이 어디로 가야 할 지 안내하고 예산을 지원해 도와줄 것입니다. -산업자원부가 최근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적극 추진하며 이끌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대기업에 사회공헌 스트레스를 준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대기업은 기본적으로 혼자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협력업체의 경쟁력 없이는 대기업의 경쟁력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는 기업은 협력업체와 동반성장하지 않으면 안되지만 정부가 강조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일본 토요타차 등의 연구개발(R&D), 상생협력 등의 모범사례를 적극 전파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 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이 배당, 주가관리 등 단기업적주의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알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영하고 재원을 배분해야 합니다. -현대차가 상생협력을 못해서 최근 검찰 수사의 표적이 됐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현대차가 그동안 거둔 성과는 대단합니다. 현대차가 잘 할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차세대 차량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구요. 수사는 제보가 있었기 때문에 한 거라고 들었습니다. 현 정부에선 검찰을 움직이는 게 가능하지도 않고 그래서 표적수사설은 전혀 말이 안됩니다. -대ㆍ중소 상생협력회의는 언제쯤 열리는 지요. ▦노무현 대통령이 오는 5월 말쯤 청와대에서 대기업 총수와 경제단체장, 중소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할 예정입니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출범 했는데 국민이나 기업, 경제단체들도 경제효과나 관련정보를 잘 모르고 있는 듯 합니다. ▦한미FTA의 필요성을 저는 한마디로 “남이 장에 가면 나도 같이 가야한다”로 요약하고 싶습니다. 장이 열리면 같이 가서 전을 차려야지 동네사람들 다 장에 가는데 동네에서 판 벌리면 뭐하겠습니까. FTA는 대세고 조류입니다. 우리도 거기에 가야지 혼자만 떨어져있어선 안됩니다. 수출의존형 경제에서 FTA 안하고 어떻게 하겠습니까. 물론 죽을 길을 따라가선 안됩니다. 민감한 부분은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미국은 세계 최대시장이고 우리와 군사안보적 이해관계도 있으니 동북아에서 우리가 먼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미FTA로 피해를 보는 계층에 재계가 도움을 줘야 한다고 최근 여당에서 얘기가 나오던데요. ▦저는 그런 사고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상황이 생겨서 고통을 겪는 쪽이 있다면 이익을 얻은 쪽에서 고통분담하고 도와주자는 사고를 하는 건 기본적으로 자연스럽지 않습니까. 물론 직접 돈을 내라는 건 아닙니다. 상식에 맞고 국제관행에 맞게 합의를 구할 방안이 있습니다. 한미FTA로 돈 많이 벌면 그만큼 세금 많이 내고 고용에 기여하고 그러는 것도 도움주는 것의 하나입니다. -출자총액제한제(이하 출총제) 폐지와 금융ㆍ산업 분리에 대한 장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경제력 집중억제를 위해 도입한 출총제는 투자의 선행단계인 출자를 규제하기 때문에 기업투자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지난 2003년 말에 수립한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 올 해 끝나니까 출총제는 하반기부터 전면적인 재검토를 할 것입니다. 경영투명성과 공정한 경쟁문화가 자리를 잡았으니 출자총액제는 단계적 철폐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만 금융ㆍ산업 분리 문제는 소관부처가 다르니 제가 언급하기에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기업인들은 여전히 한국의 창업환경 등 규제가 많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장관님 역시 기업인 출신이신데 규제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실 생각이십니까. ▦세계 은행 등 국제기구도 한국의 창업환경 수준을 낮게 평가하고 있을 정도로 규제가 다양하고 복잡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신규 외국인 투자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국제신인도 제고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최근 최저자본금 제도(5,000만원) 폐지, 본점 소재지 등기소에 지점 관련등기도 일괄 신청하도록 하는 등의 법인 설립 간소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특히 법인 및 공장설립 제도 자체가 존재하는 것이 필요한 지 여부와 그 타당성까지도 검토해 개선안을 만들 계획입니다. -서해 2-2광구의 유전개발사업을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민간 사업자는 정부가 도와주기는커녕 방해한다면 비판하던데요. ▦기름이 나오면 제일 많은 득을 얻는 게 산업 자원부입니다. 기름이 있는 데 사업을 방해할 정신 나간 사람, 여기엔 없습니다. 춤이라도 추고 업어주겠습니다. 그러나 유징이 없고 앞으로도 그런 판단이 안 서니까 탐사권 연장을 불허한 것입니다. 전문가들의 조사결과를 들어보고 정부가 전망이 없어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또 (유전사업을)잘못 활용하는 측면도 경계하고 있습니다 -경제부분에서 가장 우려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제가 20001년 여당의 기조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무역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지금이 일본시장 공략의 호기라고 생각해 기업들에게 ‘일본에 좀 들어가라’고 무척 강조했습니다. 당시 원ㆍ엔 환율도 우리 기업에 유리했고 “비싸도 일본기업 물건 사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 기업과 소비자도 싼 제품을 선호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본 유통시장 공략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고 마케팅에도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하니까 우리 기업들이 안하고 시간을 보내버렸습니다. 일본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지금 볼 때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특히 원화강세 기조가 계속되면서 원ㆍ엔 환율이 거꾸로 불리해지고 일본 기업은 적극적으로 나오니까 무역역조의 폭이 더욱 확대될 것 같아 걱정이 큽니다. 입력시간 : 2006/04/02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