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하면 상상되는 다양한 이미지들이 있다. 사랑, 낭만, 센강, 에펠탑. ‘사랑해 파리’는 이런 파리에 대한 온갖 상상과 이야기들을 모아 한편의 작품으로 구성한 옵니버스 영화다. 영화는 서로 다른 차이를 인식하고 수줍게 만남을 시작하는 젊은 사랑, 지친 일상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삶의 활력을 주는 사랑, 오래 돼서 짜릿함 대신 편안함이 느껴지는 사랑뿐 아니라 남자들간의 우정, 부모, 자식간의 사랑 등 사랑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담는다. 물론 이 다양한 이야기 뒤에는 파리의 아름다운 풍광이 담긴다. 영화 속에는 몽마르뜨, 센강, 에펠탑, 마레지구, 빅토아르 광장, 몽소 공원 등 파리의 다양한 명소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 한편의 영화를 관람하는 것 만으로 파리여행 다 했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 ‘사랑해 파리’는 이런 파리의 아름다운 풍광과 사랑이라는 낭만적 상상을 느긋하게 대형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는 즐거운 소품이다. 영화는 18명의 감독이 모여 만든 짤막한 5분가량의 짧은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 옵니버스 영화가 많아야 7~8명의 감독이 참가함에 비해 이 영화는 무려 18명의 감독이 참가한 것. 더 놀라운 것은 감독들의 면면이다. ‘바톤 핑크’, ‘파고’의 코헨 형제, ‘아이다호’, ‘코끼리’의 구스 반 산트, ‘나이트 메어’, ‘스크림’의 웨스 크레이븐,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알퐁소 쿠아론, ‘사이드 웨이’의 알렉산더 페인, ‘모터 사이클 다이어리’의 월터 살레스, ‘슈팅 라이크 베컴’의 거린더 차다 등 이름만 열거해도 영화 마니아들을 들뜨게 할 이름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파리 18개 명소를 배경으로 각각 5분 가량의 짧은 소품들을 만들었는데 그 짧은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감독은 자신들만의 개성을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았다. 거린더 차다 감독은 센 강변에서 만난 프랑스인 소년과 이슬람 소녀의 만남을 통해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는 사랑을 묘사하고 구스 반 산트 감독은 절망적으로 소통할 곳을 찾는 두 청년의 모습을 통해 도시 속의 쓸쓸함을 이야기한다. 웨스 크레이븐은 남녀간의 티격태격하는 사랑싸움 위에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의 유령이 등장하는 유쾌한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이밖에도 각 에피소드에는 감독들만의 개성이 가득하다. 알렉산더 페인이 보여주는 인생에 대한 성찰, 코엔 형제의 기괴한 유머, 빈센초 나탈리의 강렬한 색채감각, 톰 티크베어의 속도감각까지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들 감독 외에도 배우들의 진용도 대단하다. ‘레옹’의 나탈리 포트만, ‘반지의 제왕’의 엘리아 우드 등 젊은 배우들부터 줄리엣 비노쉬, 스티브 부세미, 제라드 드 파르티유 등 오래된 영화팬들에게 익숙한 얼굴들까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