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코스닥시장의 존재의의

최근 이라크 전쟁과 북한 핵개발에 대한 우려감으로 유가가 급등하고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전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장기침체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코스닥시장이 지수 최저치로 주저앉자 심지어 코스닥시장 `무용론`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 코스닥시장의 존재의의를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할 때인 것 같다. 많은 비난에도 불구, 유망 중소기업의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을 돕기 위해 탄생한 코스닥시장이 제공한 국가경제적 이익이 무엇인가. 첫째, 코스닥시장은 최근 3년간 거래소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유망 중소기업 500여개사에 18조원의 자금을 지원해줬다.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 없이 코스닥시장이라는 국가 인프라를 통해 자금의 흐름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일부 돌릴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코스닥시장은 중소ㆍ벤처기업에 투자한 벤처금융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다 많은 성장잠재력이 있는 기업군을 키워갈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성장한 벤처기업이 코스닥시장 등록을 통해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으며 이들 기업들이 삼성전자ㆍLG전자 등 세계적인 정보통신 기업의 성장에 일조하게 된 것이다. 둘째, 코스닥시장은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수단을 제공해준다는 점이다. 코스닥시장은 자본금이 적은 중소기업들의 주식이 거래되기 때문에 하이 리스크(High Risk) 하이 리턴(High Return)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투자자들 중에는 예금ㆍ채권과 같이 안전한 금융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나 주식의 경우에도 주가변동성은 낮지만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종목에 장기투자하는 안정적인 투자자들이 있는 반면 주가변동성이 높아 단기매매를 통한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이처럼 위험에 대한 태도가 다른 다양한 투자자들에게 코스닥시장은 금융자산을 보다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는 투자수단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했다. 셋째, 코스닥시장은 국가경제적으로 볼 때 산업구조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고 국제적인 자본이동이 자유롭게 되면서 한국 기업의 경쟁상대는 한국 내 기업이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이 같은 경쟁심화는 제품의 수명주기를 크게 단축시켰고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경쟁 기업보다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 투자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그러나 대기업은 필요한 자원을 적시에 제공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신속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러한 국가경제적 실익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중복투자(실질은 중첩투자)에 의한 자원낭비를 이유로 코스닥시장을 기존의 거래소시장에 흡수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시장 발전의 초기 단계에서는 주식시장이 탄생할 수 있는 기초여건 조성에 모든 자원을 집중해야 하므로 제대로 된 하나의 시장만 존재하면 된다. 그렇지만 금융시장이 성숙하게 되면 자본을 공급하는 투자자와 자본을 사용하는 기업들의 욕구가 다양하여 세분화되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볼 때 기존의 시장과 차별화된 새로운 시장이 신설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탄생한 신시장이 코스닥시장(한국), GMSM(타이완), 나스닥재팬(일본), 누보마르세(프랑스), 노이어마켓(독일) 등이다. 이들 대부분은 20세기 말에 형성된 닷컴 붐에 의해 크게 활성화됐으나 일본의 나스닥재팬과 노이어마켓은 폐쇄돼 기존 거래체계에 흡수됐다. 현재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시장 중 그나마 유망 중소기업 전용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시장이 한국의 코스닥시장과 타이완의 GMSM이다. 그렇다면 이들 시장과 타 시장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거래소시장과 별개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과 정부의 강력한 중소ㆍ벤처기업 지원정책이 시행됐다는 점이다. 이제 코스닥시장은 한국 경제성장을 이끌어갈 지식기반 산업의 가장 중요한 자본시장 인프라이며 앞으로도 이들 산업은 21세기 정보기술(IT) 강국으로서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적인 분야로 지속적으로 육성해야 할 부분이다. 따라서 첨단기술 기업군은 일시적인 붐에 의해 유행하는 산업이 아니라 향후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인식돼야 한다. 또한 이러한 신산업이 중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자금조달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코스닥시장이 건전하고 투명한 시장으로 장기 안정적인 성장을 해야 할 것이다. <정의동(코스닥위원회 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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