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치판 닮은 재건축 수주전

요즘 건설업체 재건축 사업수주 부서들이 타락한 한국 정치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달 중순부터 7월말까지 서울 등 수도권에서 알짜 노후 재건축 단지 6곳 1만 여 가구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사 선정에는 내로라 하는 모든 대형 건설업체가 참여한다. 때문에 벌써부터 무슨 수를 쓰더라도 사업을 따내기 위한 수주경쟁이 도를 지나쳐 혼탁으로 번지고 있다. 참여 건설업체들은 단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조합원들로부터 돈을 주고 표를 사는 '매표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표 값도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표 당 50만~100만원 정도만 주면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최저 100만원에서 최고 300만원까지 치솟았다. 어떤 재건축 조합원은 표를 여러 건설업체에 팔아 몇 천만원의 이익까지 챙기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 수주전에 참여하는 업체의 경우 표 매수비용으로 평균 10억원 정도를 사용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이처럼 건설업체들이 표 매수에 나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재건축 총회의 경우 서면결의가 일반화 돼 있기 때문이다. 총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서면으로 의사를 표시하고, 또 이것을 표로 인정해 주고 있다. 이렇다 보니 어느 업체가 서면결의 표를 돈을 주고 어느 정도 확보 했느냐가 사업 수주의 관건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대다수 재건축 조합 총회 투표 결과를 보면 참석 조합원 표 보다 서면결의 표가 더 많고, 이것이 시공사 당락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건설업체 관계자 뿐 아니라 행정당국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 조합은 시공사 선정 총회 때 서면결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총회장에 참석해 직접 권리를 행사한 것만 표로 인정했다. 재건축 총회 때마다 반복되는 건설업체의 서면결의 표 매수. 당국이 서면결의가 현행 법상 문제가 없다고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뒷짐만 지고 있기에는 표 매수가 불법ㆍ탈법의 도를 넘어선 상태임을 지적해 둔다. 이종배<건설부동산부>기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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