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인물 가운데 가장 위대한 사람을 뽑는 투표에서 프랑스 사람들은 나폴레옹을 제쳐놓고 루이 파스퇴르(1822~1895)를 뽑았다. 그들에게는 유럽 전체를 누빈 나폴레옹도 영웅이지만 수천만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전염병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킨 파스퇴르가 더욱 진정한 영웅이었던 것이다. 1880년대 ‘세균 사냥꾼’으로 불리는 미생물학자 파스퇴르와 로베르트 코흐의 등장으로 인류의 전염병과의 싸움은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파스퇴르는 탄저균을, 코흐는 결핵균과 콜레라균을 발견하고 특정 세균이 특정 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혔기 때문이다. 과학은 종종 우연한 사건으로 시작된다. 당시 유럽은 탄저병과 콜레라가 돌던 시절이었다. 파스퇴르의 실험 보조원은 실험용 닭에게 콜레라균을 주입하는 것을 깜빡 잊고 있다가 며칠 후에 주사했다. 신기하게 닭은 죽지 않았고 오히려 콜레라균에 저항력을 갖게 됐다. 이 현상을 놓고 파스퇴르는 며칠 동안 약해진 균이 닭에게 병을 일으키지 못했고 오히려 닭이 항체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줬다고 추정했다. 그는 우연한 발견을 놓치지 않고 연구를 계속해 병균의 독소를 약하게 한 액체를 만들고 그것을 예방 주사하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백신이다. 파스퇴르는 의사가 아니면서 의사보다 더 많은 사람을 구한 과학자다. 파스퇴르가 사망한 1895년까지 약 2만명의 환자가 백신 치료를 받았는데 그 중 사망한 사람은 고작 100명에도 못 미쳤다. 이후 전염병의 원인과 치료법 연구가 계속 쏟아져 현재 세균은 항생제라는 ‘창’으로, 바이러스는 백신이라는 ‘방패’로 막아내고 있다. 파스퇴르는 1854년 릴대학 교수로 있을 무렵 “포도주가 너무 빨리 산성화돼 와인의 맛이 변질되는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한 알코올 제조업자의 부탁을 받고 발효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된다. 그는 알코올 발효를 일으키는 통과 일으키지 않는 통을 현미경으로 조사해 발효를 일으키는 주체가 효모임을 발견했다. 또 효모와 함께 다른 세균이 사는데 이들이 와인 맛을 변하게 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들 세균을 없애기 위해 파스퇴르가 고안한 방법이 유명한 ‘저온 살균법’이다. 60~65도에서 저온 살균 처리하면 다른 세균이 죽어 맥주나 포도주가 상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그는 프랑스의 양조업자들의 위기를 해결해줬다. 프랑스 국민은 조국을 위해 힘을 다한 파스퇴르에게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파스퇴르연구소를 세웠다. 1888년에 세워진 파스퇴르연구소는 오늘날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미생물 연구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