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국제 무역심판소 등에 제소”【뉴욕=김인영 특파원】 미상무부가 21일 일본산 슈퍼컴퓨터에 대해 최고 4백54%의 고율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하자 NEC·후지쓰 등 일본업체들이 반발,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미·일간 무역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미상무부는 이날 일본산 슈퍼컴퓨터 반덤핑 판정에서 NEC의 경우 4백54%, 후지쓰는 1백73%, 기타 일본업체에 대해서는 3백13%의 반덤핑 관세를 물리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번 최종 판정에서 NEC의 경우 예비판정의 덤핑율과 같지만, 후지쓰는 예비판정때보다 27%나 상향 조정됐다.
미일간 슈퍼컴퓨터 전쟁은 지난해 미국 콜로라도 보울더에 있는 전미과학재단이 기상예보용 슈퍼컴퓨터를 입찰하는 과정에서 NEC가 미국의 실리콘 그래픽스를 제치고 낙찰되면서 시작됐다. 실리콘 그래픽스의 자회사인 크레이 연구소는 NEC등 일본 슈퍼컴퓨터 업체가 정상가격의 4분의1 가격으로 미국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며 상무부에 덤핑 제소를 했었다.
미상무부는 일본 업체들이 조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업체가 제시하는 자료를 토대로 판정했으며, 판정과정에서 편견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NEC 등 일본업체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시장에서 덤핑으로 판매한 적이 없으므로 이번 결정은 매우 유감』이라면서 미상급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본업체들은 일단 이달말이나 10월로 예상되는 미무역위원회(ITC)의 산업피해판정을 지켜본뒤 미국내 국제무역심판소 또는 공정한 판단을 해줄 제3의 심판기관에 제소, 미상무부의 조치를 무산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ITC는 미크레이연구소가 실제 손해를 보았는지를 조사, 덤핑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된다.
연간 6억 달러 규모의 세계 슈퍼컴퓨터 시장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지난 93년 77%에서 지난해 54%로 급격히 떨어졌고, 일본은 이 기간 23%에서 46%로 증가, 미국 업체의 점유율을 잠식하는 추세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