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1월14일] 보스키 데이


[오늘의 경제소사/11월14일] 보스키 데이 권홍우 편집위원 1986년 11월14일 월스트리트. 장 마감 직후 이반 보스키(Ivan Boesky, 당시 49세)의 체포 소식이 알려졌다. 언론은 정치판의 워터게이트 사건에 빗대 월게이트(Wall Gate)가 터졌다고 법석을 떨었다. 주말을 쉬고 개장한 주식시장에서는 전종목의 주가가 연 이틀간 곤두박질쳤다. 주가는 곧 회복됐지만 증권맨들은 14일을 ‘보스키 데이’라고 부르며 몸을 사렸다. 보스키가 누구기에. 대표적인 작전세력이었다. 기업 인수합병(M&A) 관련 내부정보를 빼내 단기매매로 수십억달러를 움직이는 거물이었기에 체포가 몰고 올 파장을 우려하며 떨었다. 아니나 다를까. 1986년 한해 동안 1,300억달러에 달했던 M&A시장이 위축되고 한참 성가를 날리던 정크본드 시장도 얼어붙었다. 구속된 보스키는 철장 안에서도 ‘거래’를 텄다. 시장에서는 ‘공포의 이반(Ivan the Terrible, 러시아의 폭군 이반 뇌제처럼 냉혹하다는 뜻에서 생긴 별명)’으로 불렸지만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검찰이 7년형을 내리겠다고 위협하자 작전세력 계보를 줄줄이 불었다. 물증이 없어 체포하지 못했던 ‘정크본드의 황제, 마이클 밀켄’이 구속된 것도 보스키가 밀켄과의 대화 테이프를 건넸기 때문이다. 밀켄을 판 덕분에 보스키의 형량은 징역 2년에 벌금 1억달러로 ‘하향 조정’ 됐다. 보스키도, 미국 사법역사상 최고액인 6억달러 벌금을 낸 밀켄도 한참 전에 풀려난 자유의 몸이다. 감춰둔 재산으로 호화롭게 살고 있다. 재기 소식까지 들린다. 보스키의 이야기는 1987년 개봉된 ‘월스트리트’에도 담겨 있다. 영화를 보며 시장 생리를 엿보던 청년은 중년이 됐지만 변하지 않은 게 있다. 내부정보를 악용한 시세조종 행위는 요즘도 여전하다. 보스키의 말처럼 과연 ‘탐욕은 선(善)’일까. 입력시간 : 2007/11/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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