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한국을 비추는 희망의 빛

필자의 주장이 아니라 지난주 컴퓨터 웹 사이트에 뜬 로이터 통신의 보도내용이다. 세계적 신용평가회사인 피치 IBCA사가 한국 외화채권의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에서 투자 적격으로 올린 데 이어 스탠더드 앤 푸어스사도 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무디스사도 뒤따를 전망이다.한국인들과 한국정부에 좋은 소식들이다. 회복기미가 앞으로 지속된다면 세계경제에도 긍정적인 뉴스가 될 것이다. 한국경제의 회복은 위기에 처한 브라질 경제에도 좋은 신호가 된다. 브라질과 한국은 교역과 투자부문에서 특별히 가까운 파트너는 아니다. 거리상으로 두 나라는 수천 마을 떨어져 있다. 국제통화기금의 대브라질 지원이 당장 큰 위험에 빠지고 잇다. 카르도수 브라질 대통령과 의회가 IMF와 서방 선진7개국의 권고안을 수행하기 위해 제출한 긴축조치에 대해 입김이 센 주지사들의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얼마전 브라질 저명 언론의 한 가자가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새뮤얼슨 교수님, 브라질 내 금리가 매우 높습니다. 고금리가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떨어뜨릴것이고 안 그래도 높은 실업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많은 사람들은 통화급증과 재정적자로 인해 발생한 초인플레이션 시대가 재연돼서는 안된다는 인식에 따라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취한 일시적인 조치로 믿고 있습니다. 교수님, IMF의 충고를 진심으로 따르는 나라가 있습니까. 그리고 일시적인 고통을 치른 후 금융시장 붕괴로부터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는 나라가 있습니까.' 이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한국이다. 보다 일찍 한국언론에 쓰려 했지만 한국인은 자신들의 인내와 성실성에 대해 축하 받을만하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은 회복의 조짐을 느낄 수 없는 반면 한국은 왜 잘 되고 잇을까. 아마도 한국에 정실 자본주의, 부패 정치관행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새 대통령이 있다는게 큰 도움이 되고 있는 듯하다. 지난해부터 세계 반도체 산업이 회복되고 있는 점도 한국에 유리하다. 세계경제의 양대 축인 북미와 유럽에 경제후퇴가 없다는 것도 어려움에 처한 신흥공업국들에는 고마운 일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경제학은 정교한 과학이 아니다. 원화와 한국 주가의 급속한 회복은 어쩌면 다소 과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전문가들 중에서는 `비정상적이고 투기적인 여유자금'이 새로운 거품을 발생시킬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지난해 30%까지 치솟았던 3년만기 채권금리가 지금은 7%대로 떨어진 것은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 경제가 지속적이고 탄탄하게 회복되기 위해서는 노사관계가 원만해해야 한다. 그리고 재벌들은 한단계 높은 개혁과 합리화를 추진해야 할 거싱며 허약한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부실채권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내년에 필자가 지난 99년에도 한국이 건전한 경제회복을 기록했던 해로 회고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1910~1945년 일본이 한국을 강점한 것과 관련, 한국민들이 일본에 대해, 그리고 그 강점기에 대해 분개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일본을 방문하거나 뉴욕이나 LA에서 일본인들과 사업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일본인들이 한국기업에 친절하려 애쓰는 것을 느낄수 있다. 지난 1950년 이래 수십년이 흐는 동안 한국은 경제발전과 관련, 일본으로부터 본받은 점이 많다. 독점적인 카르텔을 뜻하는 재벌과 게이레츠 사이에 유사한 면이 적지 않고, 두 나라 모두 관료들이 산업체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지시했다. 초기에는 이런스타일이 이점으로 작용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료사회나 정치권 내의 아마추어 경제학자들보다는시장경쟁에 맡기는 게 낫다는 것을 알게됐다. 초기에 일본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 것처럼 지난 97년 중반 아시아 금융위기이래 한국은 경제회복 작업에서 부러울 만한 수완을 갖게 됐다. 일본의 거시정책은 지금도 무신경과 고집이 계속되고 잇는데 중앙은행, 관료적인 행정부서, 부패한 의회, 연속적으로 선출된 인상적이지 못한 총리들, 그리고 가장문제가 되는 세력은 보다 나은 경제정책을 요구하지 못하는 선거구민들이다.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각종 자료를 조사해 지난 97~98년 한.일 양국의 경제 성적표를 매긴다면 필자는 한국에 더 후한 점수를 주겠다. 굳이 스스로를 잘하고 있다고 위로하지 않아도 될 만큼 한국인들은 외부의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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