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귀담아 들을만한 외국 CEO 충고

주한 외국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인수위원회와의 면담에서 건의 및 충고는 새로운 것은 없지만 앞으로 우리가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귀담아 들을 만 하다. 주한 외국기업이 차기 정부에 바라는 것은 크게 규제완화와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두 가지로 압축된다. 그 동안 이 두 가지 사안은 역대 모든 정부의 핵심 추진과제가 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이나 국제기준 등에 비추어 여전히 규제왕국이라는 비아냥댐을 면치 못한데다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특히 노사관계의 경우 선진국이나 경쟁국 등에서는 거의 사라진 대규모 파업 사태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노사분규에 따른 경제적 손실만도 1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기업의 요구는 바로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주한 외국기업의 경우 세계를 무대로 생산 판매 등 기업활동을 하는 다국적기업이라는 점에서 세계 각국의 기업환경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입장에 있다. 따라서 외국기업이 느끼는 애로사항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가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로 부상하기 위해 필요한 외국인 투자와 외국기업의 아시아지역 본부 유치 등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공장으로 국내 산업을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상대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감안할 때 비단 외국기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경제의 활력을 위해서 규제완화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중심으로 한 기업환경 개선을 차기 정권의 최우선 과제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국내기업의 구조적 문제 개선과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 규제개혁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후진적인 지배구조와 기업부패 청산을 위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되 과거 개발연대의 유산인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떨어내는 합리적인 접근방식이 요구된다. 이 같은 큰 틀과 원칙이 없이 그때 그 때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다 보니 소리만 요란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화추세에 맞게 풀어줄 것은 과감하게 풀어준다면 구조조정과 개혁에 대한 기업들의 저항과 불안감을 줄이는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외국기업의 주문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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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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