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가 강세를 본격적 경기회복을 예고하는 선행지표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한국증시의 특성상 최근 주식시장이 경기에 후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6일 ‘주가와 경기’라는 보고서에서 지난 80년대 이후 주가와 경기의 시차(時差) 상관계수를 분석한 결과 두 변수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오히려 주가가 3~12개월의 시차를 두고 경기를 뒤따르는 ‘후행성’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4년 3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주가는 31.5% 상승한 반면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5.6% 하락했다.
이 같은 후행 현상은 우리나라 증시의 개인투자자 비중이 특징적으로 높은 가운데 경기호조로 기업 수익과 함께 개인의 임금과 가처분소득이 늘면 이것이 주식투자 자금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호상 수석연구원은 “주가는 경기선행지표로서 한계를 갖고 있어 최근 증시 호황을 경기의 본격적 회복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며 “아직 경기회복을 낙관할 수 없는 만큼 규제완화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기업의 투자심리를 살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또 최근에는 기업들이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을 설비투자보다 주가관리를 위한 자사주 매입과 경영권 방어 등에 사용함에 따라 주가상승이 경기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더욱 약해졌다고 덧붙였다.
최 연구원은 “과거 주가상승기와 달리 수출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기업의 투자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규제완화 가속화, 경영권 안정장치 마련, 부실기업의 회생 및 구조조정 병행 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