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대한민국은 카드 공화국"

유통종류 1만개 넘었지만 70%는 발급 즉시 사라져… 관리비만 年3,000억 낭비<br>할인율 등 고객 맞춤 설계로 카드 종류 줄이기 나서야



직장인 이동건(가명)씨의 지갑은 늘 뚱뚱하다. 돈은 별로 없지만 카드가 많다. 지갑 속에 빼곡히 자리한 카드만 8종에 달한다. 그 중에는 10년 전에 출시돼 현재는 신규발급이 중단된 카드도 있다. 물론 잘 쓰지도 않는다. 정작 이씨가 주로 사용하는 카드는 최근에 새로 발급 받은 2종의 '신상' 카드다. 나머지 카드는 습관적으로 지갑 속에 있을 뿐이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카드 종류만도 1만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면 '카드공화국'이라 불릴 만하다. 카드사 간 과당경쟁의 결과인데 1만종이 넘는 카드 중 실질소비로 이어지는 유효카드는 고작 30%에 불과하다.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관리비용을 유발시키고 있음을 뜻한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ㆍKB국민ㆍ비씨ㆍ현대ㆍ삼성ㆍ하나SKㆍ롯데 등 7개 카드사가 발급해 유통되고 있는 카드 종류는 1만577개다. 카드사별로는 대다수 은행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비씨카드가 8,700개로 가장 많고 하나SK(500개)-신한(360개)-KB국민(356개)-롯데(289개)-삼성(220개)-현대(155개) 순이다.

카드 종류가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카드사들이 회원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생명력이 짧은 상품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높고 카드론ㆍ현금서비스 등 대출사업이 자유로울 때는 카드 종류가 많을수록 이익도 늘어난다.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예컨대 카드사들이 발매하고 있는 지역연계카드 가운데 일부는 가입자 수가 100명이 채 안됐고 이 중 유효카드는 10장에도 못 미쳤다"며 "별 의미 없는 카드가 많다 보니 마케팅 담당자도 모르는 카드가 발생하는 촌극이 발생할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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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비용이다. 이익기여도가 낮은 카드가 워낙 많아서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을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또 이는 카드사의 영업 효율성을 저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예컨대 카드사가 출시한 10개의 각기 다른 카드 중 실질소비로 이어지는 카드는 3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발급 즉시 사라지는 '서랍 속 카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회원이 고작 한 명이라도 해도 이 회원이 탈회하지 않는 한 카드사는 계속해서 서비스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카드를 관리하는 비용만 전체 카드업계 기준으로 2,000억~3,000억원가량이 낭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카드사는 카드 종류 줄이기에 돌입했다. KB국민카드가 가장 적극적이다. KB국민카드는 그 일환으로 지난 2월 말 '혜담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 종류와 할인율ㆍ할인한도 등을 고객 스스로 선택에 한 장의 카드에 담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밖에 현대ㆍ삼성카드 등도 각각 제로카드, 숫자시리즈 등의 전략으로 카드 종류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종류를 줄이기 위해서 카드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유효기간 만료시 재발급을 중지시키는 것인데 종류가 워낙 많아 단기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며 "이 때문에 최근에 카드사들은 상품개발 때부터 각종 제휴를 원천 차단하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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