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만 있으면 과학·기술자와 전문가가 현실로 만들어줍니다. 기술과 역량을 어디에 쓸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는 혁신할 대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골몰해야 합니다."
유영민(64·사진)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이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자유와창의교육원이 5급 공채에 합격한 예비 사무관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경제특강에서 미래를 위한 사고의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참여와 공유·개방의 시대에 창의성과 상상력이 미래를 바꾼다"며 "지난 16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개념도로 그렸던 헬리콥터와 낙하산이 현실화되는 데 400년이 걸렸지만 지금과 같은 소셜네트워크 사회에서는 10~20년이면 족히 상품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사장은 LG전자 최고정보책임자(CIO), 포스코ICT 사업총괄사장,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 등을 지낸 정보기술(IT) 전문가로 현재 영산대·자유와창의교육원 교수를 맡고 있다.
유 전 사장은 창조적이냐 모방이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토머스 에디슨이 1,000여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항상 '독창성이 없다'는 여론의 공격을 받았다며 그가 남긴 '항상 나는 나 이전 마지막 사람이 멈추고 남겨놓은 것에서 출발한다'라는 말을 인용했다. 유 전 사장은 "참여·공유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비즈니스에 활용되느냐가 중요하다"며 "결국 다른 사람의 지식과 기술에 자신만의 가치를 더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진 사람을 이 시대는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공유와 참여의 실험은 국내 기업에서도 시작됐다. LG전자는 지난해 소비자의 아이디어로 제품을 만든 뒤 매출액의 최고 8%를 소비자와 제품개발자 등에게 제공하는 '아이디어LG'를 도입한 바 있다. 유 전 사장은 "현실 세계 구성원인 시티즌과 온라인상의 네티즌에 이어 이제는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하고 참여하는 퍼블리즌의 시대"며 "소셜미디어로 인적 관계와 시장이 연결되는 현실 세계의 확장으로 아이디어는 어렵지 않게 현실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실과 가상의 결합은 곧 경계 파괴를 의미한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전혀 다른 영역의 사업에 뛰어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구글TV의 전 세계 TV시장 점유율은 1%에도 못 미치지만 구글은 TV플랫폼과 앱 생태계를 키운다면 글로벌 TV마켓이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카메라로 모두 사진 인화시장이 무너졌다고 봤을 때 온라인 인화업체 셔터플라이는 사진을 이용한 기념품 제작으로 눈을 돌려 글로벌 인화시장이 70조원 규모로 커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유 전 사장은 "최근 이슈인 드론(무인항공기)을 우리나라 택배시장에 적용하려고 해도 현재의 규제 외에 아파트의 폐쇄적 주거형태 때문에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드론이 지역 거점 편의점에 우선 배달하고 그 후 집 앞까지는 노년층 등 유휴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며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뒤집어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