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정보 길잡이 국가 주요지표

박형수 통계청장


주말 TV를 켜보면 전국 방방곡곡의 이름난, 또는 숨겨진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정말 많다.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TV와 종편을 가리지 않고 채널을 돌릴 때마다 웬만하면 만나볼 수 있다. 화려한 비주얼로 표현된 식감, 그리고 진행자와 고객들이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면 당장 그 집으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방송에는 음식점의 상호가 나올 수 없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에 가면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식당의 이름은 물론이고 찾아가는 길, 다녀왔던 방문객들의 평가가 줄을 잇는다.

맛집 열풍은 TV 속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TV에 나온 맛집을 모아서 정리해놓은 블로그와 사이트들이 무수히 많고 인터넷에는 맛집만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파워블로거들로 넘쳐난다. 사정을 모르는 외국인이 보면 대한민국은 식도락과 미식가의 천국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맛집 관련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인기다. 어느 앱은 다운로드 횟수가 수백만건이나 된다. 이 앱은 GPS와 연동돼 내가 있는 위치에서 가까운 맛집들을 소개해주는 편리함도 갖췄다. 쏟아지는 맛집 정보의 홍수 속에서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하는 서비스가 대박의 비결이었다.


맛집을 소개하는 스마트폰 앱의 인기를 보면서 통계정보 제공서비스도 이처럼 편리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봤다. 각종 통계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세상 속에서 나에게 꼭 필요한 통계를 찾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맛집의 비결이 신선한 재료와 손맛이라면 통계는 정확성과 신뢰가 생명이다. 아무리 좋은 맛을 가진 식당이라도 찾기 힘들면 외면당하기 마련이다. 통계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이 오는 21일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국가 주요지표 체계 서비스도 어떻게 하면 정책담당자들과 국민들이 필요한 핵심통계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대한 해법이라 할 수 있다.

관련기사



국가 주요지표 체계는 e-나라지표를 좀 더 쉽고 편리하게 볼 수 있게 한 서비스로 우리나라의 웰빙 수준과 국가발전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지난 2009년 부산에서 통계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동으로 개최한 "통계, 지식, 정책에 관한 제3차 OECD 세계포럼" 직후 기획돼 통계청과 민간 전문가들의 공동 노력으로 완성됐다.

최근 영국 통계청이 국민의 '경제적 웰빙'을 가늠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 지표는 크게 부족하고 다양한 보조적 지표들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통계청의 국가 주요지표 체계에는 이미 이런 고민들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다. 우리 국가 주요지표 체계에는 특허출원 건수, 온실가스 배출량 등 정부의 정책수립에 필요한 통계뿐만 아니라 음주율,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도로교통 발생 건수 등 국민의 웰빙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통계를 제공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와 비교 가능하게 구성돼 있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 통계로부터 지식을 얻고 이를 통해 정책이 수립돼야 국가와 사회가 발전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게 통계청장으로서 필자의 신념이다. 이번에 선보인 국가 주요지표 서비스가 정책수립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숙제에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직장인들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도 활발히 이용하는 친근한 통계정보서비스가 되기를 기대한다. 대박 맛집 앱처럼.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