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한국 국가신용 위기론 대두/뉴욕 현지 금융가·언론 표정

◎일부은행, 채권회수 등 다각검토/“지급정지사태 재연”불안감 확산【뉴욕=김인영 특파원】 미국 굴지의 은행이 10일 한국이 국가 파산에 임박했다고 판단, 내부적인 대책 수립에 나섰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이 은행의 간부는 『한국이 국가 파산을 당했을 경우 채권 회수 등 다각적인 문제를 검토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국의 국가 파산 시점은 구체적으로 예상할수 없지만 그렇게 멀지 않았다는 것이 이 은행의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자금 지원 이후 뉴욕 월가에서는 한국에 대해 적색 신호가 떨어졌다. 그 첫번째 신호는 IMF 구제금융 이후 유일한 돈줄로 믿었던 산업은행의 글로벌 본드 발행(3년만기)이 연기된 것이다. 사실상 월가의 투자가들이 발행을 거부한 것이나 다름없다. 전날까지만 해도 산업은행 뉴욕지점은 가격(금리)이 오르더라도 소화는 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었다. 다음날 주간사 회사인 JP모건과의 협상에서 금리는 미재무부채권(T)+4백bp(0·01%)이상으로라도 20억달러중 절반 정도는 사모 형태로 소화하기로 거의 협의가 끝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협상이 마무리될 무렵인 하오 3시 무디스사가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을 2단계 하향조정하면서 월가 투자자들은 협상을 더이상 할 수 없다고 나왔다. 한때 유엔 안보리 의장국임을 자부했던 한국은 단기 채권시장에서 뉴욕에서 북한과 쿠바, 이란 등 자본시장을 폐쇄하고 있는 국가와 동일한 평가(논프라임)를 받은 것이다. 이미 발행된 산은 글로벌 본드도 이날 2차 시장에서 일주일전보다 1백bp오른 T+4백50bp까지 금리가 치솟았다. 멕시코나 브라질 등 중남미의 채권보다 높은 금리이고 자본주의 시장에 갓나온 러시아와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됐지만 그나마 거래도 없었다. 한국계 은행 뉴욕지점의 딜링룸에 근무하는 P차장은 『이제 국제 비상사태가 왔다』면서 『가까운 시일내에 80년대 남미 국가가 겪었던 모라토리엄(지급정지) 사태가 올 것같은 예감』이라고 말했다. IMF 지원 이후 한국에 대한 신용도가 공황상태에 이른 근본 원인은 한국이 IMF의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불안감이다. 블룸버그 뉴스는 지난 9일 한국의 유력 대통령 후보가 당선 후 IMF와 재협상을 벌이겠다고 한 발언을 월가에 전했고 워싱턴 포스트지도 비슷한 내용을 10일 보도했다. 로버트 루빈 미재무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한국이 정상적인 궤도로 가기 위해서는 IMF가 요구한 개혁을 실천해야 한다』면서 한국의 IMF 조건 이행여부가 불투명한데 강력히 경고했다. 뉴욕의 한국계 은행들은 대통령 후보의 IMF 재협상 발언이 국제금융시장에 지난 봄의 「이석채 쇼크」에 버금가는 충격을 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IMF 협상 타결 후 한국내에서 일고 있는 국수주의적 분위기, 근로자들의 반발 등을 볼때 한국이 IMF와 약속한 금융개혁을 이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월가의 투자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모습도 국제 자본의 한국 유입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IMF와 협상할때 1년 미만 단기 외채가 6백60억달러라고 밝힌 후 일주일도 안돼 해외법인의 부채 5백억달러가 더 있다고 한 점,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이 바닥선인 60억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 등이 한국을 못믿는 근거로 들고 있다. 한국계 은행들은 『국제 금융시장의 유동성 자금은 수조달러에 이를 정도로 풍부하다』며 『국제시장에서 자금을 구하려면 우선 국가 신뢰도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 지점장은 『정치권과 사회 각계층이 IMF 이행조건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정부가 중장기 경제 전략을 세워 국제 금융시장에 확고히 밝히면 파국을 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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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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