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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원전이 연극일 줄 알았다.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 겨우 네 명의 배우로 엔딩까지 극을 끌어가는 저력은 그래픽과 돈, 물량을 앞세워 말초감각을 자극하는 할리우드식 영화와는 차원이 다른 정통극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연극 '대학살의 신'은 영국에서는 올리비에 어워드 최우수 코미디상을 수상했고, 토니 어워드에서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수작이다. 국내에서도 대한민국연극대상 최우수작품상, 연출상을 받았고 여우주연상까지 휩쓴 전력이 있다.
각본이 워낙 탄탄하기 때문인지 메가폰을 잡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도 연극을 본 후 즉시 영화화하기로 결정했을 정도다.
대본의 탁월함은 배우 케이트 윈슬렛이"이 작품이 좋았던 것은 어떤 지점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매우 빠르게 다른 이야기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정말 현실적이면서도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고, 관객들 역시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매력적인 부분이다."라고 말 한데서도 알 수 있다.
영화는 아이들의 싸움을 해결하기 위해 피해자의 아파트에 모인 두 쌍의 부부가 미소와 교양이 넘치는 대화를 나누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부부들은 대화 도중 조금씩 감정을 건드리기 시작하고, 감정이 상한 나머지 집안싸움으로 번지고, 나중에는 아군끼리인 부부간에 싸움이 일어나는 등 전방위 난타전으로 비화한다.
우아했던 낸시(케이트 윈슬렛분)는 페넬로피(조디 포스터 분)가 내놓은 음식과 술을 먹고 말 싸움을 하다가 토하고, 튤립을 패대기 치는 지경까지 다다른다.
"원만히 해결해주셔서 감동받았어요"라고 고마워 하던 낸시의 남편인 변호사 앨런도 "우리 애가 패서 속이 후련하다"고 깐죽대기까지 한다.
계속 울려대는 휴대폰을 무시로 받아 떠들어 대는 남편 앨런의 휴대폰을 화병의 물속에 집어 넣어 버리는 낸시. 같은 남자라고 앨런의 휴대폰을 꺼내 말려주는 마이클(존.C.레일리 분)의 모습 등 일반인의 상상으로는 확장되지 않을 것 같았던 스토리는 탄탄한 대본과 배우들의 힘으로 힘들이지 않고 매끄럽게 전개돼 나간다.
불꽃 튕기는 극의 구성에 휘발유를 붓는 듯한 조디 포스터와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도 오래도록 기억될 만 한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