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업종전문화/기업들 「한우물」전환 경쟁력 강화(장기호황 미국경제)

◎한계·적자사업 정리/시장점유율 높이기/동종업체간 합병도로드 아일랜드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텍스트론사는 지난 6월 스피델이라는 시계 제작회사를 매각했다. 스피델은 해마다 순이익이 5%씩 늘어나는 탄탄한 회사였다. 10년전까지만 해도 텍스트론은 미사일에서 문구용품, 지퍼, 카드에 이르기까지 자체적으로 만들지 못하는 제품이 없다고 자부할 정도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었다. 이른바 문어발식 사업확장이고 미국식 재벌경영이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72년 전그룹의 3분의1을 차지했던 소비재 생산업체를 매각하기 시작, 스피델을 끝으로 부엌용품, 문구용품 등 소비재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주력업종인 기계산업과 금융업에만 전념하기 위한 군살빼기의 일환이었다. 80년대 미국의 침체는 기업들에 엄청난 교훈을 안겨주었다. 무분별한 사업확장으로 경영수지가 크게 악화되었고 마침내 주력사업마저 일본과 독일에 밀려나는 것을 경험했다. 90년대 들어 미국기업들은 경쟁력 없는 분야, 적자를 보는 분야를 대거 정리하고 주력 분야를 전문화함으로써 경쟁력과 기업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자동차회사인 GM이 정보처리회사인 EDS를 분리했고 백화점업체인 시어스&로벅이 올스테이트 보험을, 전화회사인 AT&T가 컴퓨터통신업체인 NCR를 매각했다. 소비재산업에서도 업종전문화 열기는 대단하다. 코카콜라에 당하기만 하는 펩시콜라는 올들어 피자헛, KFC, 타코벨 등 3개의 자회사를 매각했다. 매각한 자회사 모두 사업다각화를 위해 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인수한 회사이고 미국은 물론 국제적인 체인망을 형성하고 있는 유명브랜드다. 그렇지만 펩시는 콜라에 주력하기 위해 이들 업체를 과감히 잘라낸 것이다. 80년대 미국기업의 인수 및 합병(M&A)은 기업 사냥이라고 불리는 이른바 적대적 M&A였다. 수익성이 높은 건전한 회사일수록 금융투자가의 사냥감이 되었다. 그러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기업합병 형태는 업종 전문화와 산업계열화를 위한 것으로 변했다. 보잉의 맥도널 더글러스 인수, 체이스맨해튼 은행과 케미컬 은행의 합병, 벨애틀랜틱의 나이넥스 인수 등 최근의 굵직한 M&A 모두 동종업종 내에서 이뤄졌다. 경쟁업체의 통합으로 관리부문 등 중복부문의 불필요한 인원을 과감히 도려내 시너지효과를 얻고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미국 기업들은 또 비주력분야의 사업을 도려냈던 것처럼 불필요한 인원에 대해서도 과감히 메스를 가했다. 해고란 말이 있지도 않았던 IBM·GM·보잉·AT&T 등의 대기업들이 전직원의 30%를 잘라내는 대량해고를 단행했다. 미국 기업들은 국내에 방대한 시장과 인적·물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좋은 조건에서도 미국 기업들은 경쟁력을 회복하는데 10년의 긴 세월이 걸렸다. 지난 10년동안 미국업계에서 일어난 엄청난 변신은 미국 기업들의 전체 순이익을 92년 2천2백50억달러에서 지난해 4천2백80억달러로 증가시키는 원동력이 됐다.<뉴욕=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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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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