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공동체 정신이 절실한 출판계


최근 출판계에선 '도서정가제'가 뜨거운 이슈다. 무차별적인 할인 마케팅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서정가제를 대대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것. 현행 정가제는 출간 18개월 미만인 신간에만 할인율을 10%까지 제한하지만 개정안은 신간ㆍ구간 모두 할인율을 10%로 제한하도록 했다. 주요 출판사와 지역 서점들은 정가제를 지지하고 나섰지만 그동안 할인과 마일리지 적용을 통해 고객 확대를 해온 온라인 서점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급기야 온라인 서점 알라딘이 반대 성명을 내고 네티즌 서명 운동을 벌였으며 이에 대응해 김영사와 창비ㆍ돌베개 등 주요 출판사 10여곳은 알라딘에 출고 정지를 통보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하지만 일부 출판사는 이런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반값에 가까운 할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 대표 출판사를 자처하는 민음사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수차례에 걸쳐 GS홈쇼핑을 통해 세계문학전집 반값 할인 판매에 나섰다. 세계문학전집 300권을 정가의 50%에 내놓고 여기에다 e북 리더기 '크레마 단말기'(12만 9,000원)까지 끼워 팔았던 것. 결국 민음사의 홈쇼핑 판매는 완판되면서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민음사가 홈쇼핑을 통해 재미를 보자 을유문화사ㆍ펭귄클래식코리아 등 다른 출판사들도 세계문학전집 할인 판매에 가세했다. 한편에서는 도서정가제를 지키기 위해 당장의 매출 감소까지 각오하고 온라인 서점 출고를 정지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반값 할인을 감행하면서 매출 확대에 나서서 출판계 내부에서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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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양측 모두 이대로는 안 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출판 시장은 2008년 8조3,829억원에서 2010년 8조4,133억원으로 정체를 보이고 있다. 1990년대 중반 5,000개가 넘던 전국 서점은 현재 1,700여개로 줄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하고 만다는 게 출판계 내부의 위기 의식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하나다. 지금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머리를 맞대고 상생의 묘안을 찾아내는 것, 나 혼자 살겠다고 반값 할인 같은 꼼수를 쓰는 게 아니라 함께 인내하고 대안을 찾으며 공동체 정신을 되살리는 것이다. 출판계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하나로 모을 때, 서점을 떠났던 독자들도 하나둘씩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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