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득환류세제의 본격 도입을 앞두고 지난해 우리 기업들은 배당규모를 전년 대비 2조3,000억원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신문이 기업지배구조연구원을 통해 코스피200 기업 배당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199개 기업 가운데 총 164개사가 배당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 배당 기업 수는 지난 2013년(166개)에 비해 줄었지만 오히려 배당액은 2조3,000억원 증가했다.
무배당 기업 수는 2013년 33개사에서 2014년 35개사로 늘어났다. 2013년 무배당이었다가 지난해 배당으로 바뀐 기업은 7곳, 2013년 배당에서 지난해 무배당으로 경영계획을 선회한 기업은 9곳이었다.
당기순익별 배당현황을 살펴보면 기업소득환류세제가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는 결정적인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순익이 감소했음에도 배당액을 늘린 기업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 방증이다. 실제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30% 이상 하락한 삼성전자의 경우 전년보다 40% 늘린 1만9,5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4년 만에 영업이익이 최저치를 기록한 현대자동차도 전년대비 54% 늘린 3,000원으로 배당액을 책정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처럼 전년 대비 순익이 감소한 94개사 가운데 총 배당액이 증가한 기업은 33개사에 달했다. 10곳 가운데 3곳꼴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정부의 배당확대 및 환류세 압박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배당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2년 연속 배당에 나선 157개사 가운데 전년 대비 배당액이 증가한 기업은 97개사에 달했다. 이 가운데 당기순익이 증가한 기업은 64개에 불과했다. 배당을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한 31개사 가운데 20개사는 되레 순익이 전년보다 쪼그라들었다.
나이스신용평가의 한 연구원은 "임금은 한번 오르면 다시 내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고 투자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많게는 수조원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며 "배당은 주주총회를 통해 단발성으로 증감이 가능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실제 과세가 시작된 올해도 역시 기업들의 배당증가가 충분히 예상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