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북반구서 남반구로 선진국 지형도 바뀐다

■ 세계 경제 축의 대이동(램 차란 지음, 21세기북스 펴냄)<br>막강한 경제 생태계 구축 중동·브라질·인도·中 급성장<br>미국 영향력 크게 줄어들고 부국-빈국 간극도 좁혀져


설립 15년 만에 수십억 달러짜리 기업으로 성장한 인도 1위 통신사업자 바르티 에어텔. 두바이에서 열린 글로벌 미팅에 온 램 차란은 회의장의 낙관적이고 활기찬 분위기에 놀란다. 최근 아프리카 15개국 통신사업체를 인수한 이 업체의 글로벌 임원 미팅에는 대개 30대들로 가득했고, 승승장구하는 회사의 비전과 미래를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GEㆍ코카콜라ㆍ듀퐁ㆍ노바티스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에 컨설팅 하고 있는 저자는 문득 깨닫는다.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경제의 중심이 소위 전통적 선진국인 북반구 서방국가에서 아프리카 일부를 포함한 중동 국가들과 브라질ㆍ인도ㆍ인도네시아ㆍ중국 같은 급성장하는 북위 31도선 이하 남반구 국가들로 이동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두 자리 수 이상의 수익 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해당 국가에 일자리와 번영을 가져다 주고 있다.


반면 이는 남반구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고 있다. 무엇보다 남반구가 자체적인 경제적 생태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중국의 급성장이 주변국가를 불안하게 하지만 무역규모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인도는 주변 국가와 불교라는 뿌리로 이어져 있는데다, 인프라가 빈약한 아프리카에 대해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브라질은 이란의 핵을 제제하는 것에 대한 지지를 거부했고, 아프리카 일부 국가는 미국보다 중국과의 거래를 선호한다.

더구나 기존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간극도 국민들의 구매력이나 교육수준 등에서 급격히 좁혀지고 있다. 물론 남반구의 내부 인프라와 유통망, 의료, 자본시장이 북반구 수준에 이르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점점 속도가 붙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 10년간 GEㆍ하니웰ㆍ지멘스 같은 북반구 글로벌기업들이 설립해온 기술센터도 보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북반구와 남반구의 기존 역학구도를 바꾸고 있는 힘을 몇 가지 더 꼽는다. 전 지구적 금융시스템과 국가들간의 경쟁,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디지털화와 모바일 통신, 변화하는 인구와 자원의 영향 등이다. 램 차란은 이런 변수들이 분리된 개별현상이 아니며, 이를 통해 '중심점 사건'을 더 잘 탐지해내 게임 자체를 뒤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 사업의 성공은 직관과 판단, 소수의 핵심 변수를 정확히 포착하는 능력과 복수의 정부와 규제자들 및 잠재적 파트너들과의 관계형성 능력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관련기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그 대표격인 중국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다. 현재 막대한 무역 흑자의 일부는 저임금과 낮은 통화 평가 때문인데, 이는 모두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 특히 중국의 내적 긴장, 심화되는 소득 불평등과 민주주의 확대 요구는 12차 5개년 계획의 실행능력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이 난제를 마주한 미국에 대해서는 정치적 교착상태를 극복하고 국가적 경제 의제에 대한 합의에 도달한다면 희망이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관리 받는 자본주의의 유효성과 집중력에 비해 상당히 불리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훨씬 더 좋은 지원을 받고 무역 불균형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셰일가스와 타이트 오일(셰일층에 함께 매장된 새로운 형태의 원유) 개발을 통해 거대한 수입은 물론 방대한 수의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어, 세계에서 더 큰 전략적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2만3,000원.

이재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