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大選, 실적주와 성장주의 대결

올해 증시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실적주가 성장주를 압도한 것이다. 실적주는 말그대로 눈에 분명히 보이는 수익이 뒷받침된 주식이고 성장주는 당장의 실적은 보잘 것 없지만 신기술개발 등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내세우는 종목이다. 무 자르듯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굴뚝주들이 실적주에, ITㆍ바이오 등 벤처기업들은 성장주에 속한다 할 수 있다. 조선ㆍ철강ㆍ화학 등 실적주는 올해 욱일승천의 기세였다. 연초 28만원대였던 포스코의 주가는 지금 67만원으로, 현대중공업은 12만원대에서 43만원대로 각각 2~3배 넘게 올랐다. 화학주 중에는 5배나 뛴 것도 있다. 반면 성장주들은 시장평균수익률만 돼도 다행일 만큼 맥을 못췄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단연 실적에 쏠린 결과다. 증시양상과 닮은꼴 대선 판세 공교롭게도 올해 대선의 양상이 증시와 비슷하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국면은 그렇다. 대선주자의 도덕성ㆍ자질과 관련해 가장 폭발력이 큰 소재는 아마도 병역과 부동산투기 문제일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부동산으로 말썽 난 고위공직자들은 예외없이 낙마했을 정도로 부동산문제는 도덕성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경쟁자는 물론 여권에서까지 쏟아진 부동산관련 의혹의 파상공세 속에서 살아 남았다.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명쾌하게 사실로 판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또 본선에서 진짜 상대와 맞닥뜨리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 두 번의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기피 문제에 비춰보면 설명이 잘 안 된다. 그때 병역문제도 사실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의혹제기 자체만으로 지지도는 급락했고 끝내 그 벽을 넘지 못했다. 반면 이 후보는 일각에서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혹짙은 상황에서도 지지율이 꺾이지 않았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동력은 아무래도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청계천복원, 서울시청광장, 대중교통체계개편 등 그가 서울시장 때 해놓은 것들은 언뜻 보면 별게 아닐 수 있다. 토목사업 위주여서 여권으로부터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공격받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그것을 능력인정의 거울로 받아들이고 있다. 예전에 해놓은 일을 보니 앞으로도 잘 할 것 같다는 믿음과 기대감을 갖는 것이다. 실적을 중시하는 여론의 기류는 따지고 보면 참여정부의 실정에서 비롯됐다. 개혁 소리만 요란했지 변변히 이뤄놓은 게 없고 그래서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게 대다수 국민의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다. 지치고 실망한 국민들은 이제 일 잘할 사람을 찾고 있다. 그리고 그런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그럴듯한 구호와 막연한 가능성이 아니라 눈으로 볼 수 있는 확실한 실적을 통해 확인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기준에 상대적으로 근접해 있는 사람이 비록 토목일망정 구체적 실적을 가진 이 후보다. 실적주 압도세 끝까지 갈까? 이에 비해 여권 주자들은 성장주의 특징을 갖고 있다. 통합신당은 미래ㆍ민주ㆍ개혁ㆍ평화 를 내세운다. 그들이 강조하는 모토는 모두 국가의 앞날을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지만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지난 5년의 세월이 그들에게 그것을 성공시킬 능력이 있는지 의문을 갖게 만든 탓이다. 그러니 아무리 외쳐도 먹히지 않는다. 당장의 실적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나 투자자(국민)들이 외면하고 있는 게 딱 성장주 모습이다. 그렇다고 게임이 끝났다고 할 수는 없다. 잘 나가던 증시가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유탄을 맞아 출렁거렸듯 어떤 변수가 대선판세를 흔들지 모른다. 투자자들의 심리가 변화무쌍하듯 표심이 언제 변할지도 알 수 없다. 증시에서 껍데기만 남은 벤처기업이 회사명변경이나 증자ㆍ인수합병설 유포 등의 꾀를 내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일이 대선에서도 통할 수 있다. 실적주 강세가 지속될 지, 성장주의 역전이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증시도 대선도.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