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베트남 호찌민의 번화가인 하이바쭝 거리에 자리잡은 `삼성 모바일 프라자'에서 만난 여대생 비(22)씨는 휴학을 한후 3개월 전부터 프라자 점원으로 일하고 있다.
비씨는 지난 2001년부터 삼성 휴대전화를 써왔고, 사용하는 모델도 여러 개이지만 새 기종을 구입하기 위해서 이 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가 하루종일 일하고 받는 월급은 100만동으로 미화로는 60달러. 우리 돈으로 6만원에 불과하다.
요즘 한국에서 탤런트 문근영의 TV광고로 잘 알려진 `블루블랙폰(D500)'이 이곳에서도 얼마전 출시돼 48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이 같은 판매가는 베트남의 작년 1인당 연간 국민소득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 곳 공무원의 월 평균 급여가 5만원을 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평범한 샐러리맨이 몇개월 또는 1년 치 월급을 꼬박 모아야 삼성 휴대전화 단말기 1대를 장만할수 있다.
이 처럼 휴대전화는 소득에 비해 엄청난 고가이지만 호찌민의 20∼30대 여성의 절반 이상이 소유하고 있으며 휴대전화 구입에 거금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짠국타오 거리에 있는 또다른 삼성 휴대전화 매장.
50여평 규모인 이 매장에는 20∼30대 여성들로 북적거리고 있었으며 20여명의직원들이 한 명도 쉬지 않고 손님들과 상담하느라 분주했다.
삼성 휴대전화의 판매를 맡고 FPT사의 총책임자 트란 쿠옥호아씨는 "이 매장에는 하루 300여명이 다녀가고 25∼30개의 휴대전화가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은 "삼성 휴대전화가 비싸지 않냐"는 질문에 "삼성은 액정이 깨끗하고 소리가 선명해서 마음에 든다. 비싸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며 선뜻 블루블랙폰을 구입했다.
올해 통일 30주년을 맞은 베트남의 인구는 8천200만명. 이 가운데 65%가 30세미만의 전후세대다. 자본주의에 눈을 뜬 젊은층들에게는 휴대전화가 단지 통신 기기가 아니라 부와 신분의 상승을 상징하는 `특별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엄상율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장은 "베트남은 빈부격차가 매우 심한 편"이라며 "몇 만원짜리 휴대전화에서부터 수십만원 짜리 휴대전화가 함께 팔려나가고 있고, 젊은이들은 친한 사람이 고가의 휴대전화를 갖고 있으면 따라 사지 않고는 못배기는성격"이라고 말했다.
현재 베트남 시장의 이동통신 가입자수는 45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6%에 불과하다. 인터넷 사용인구와 유선전화 가입자수도 500만명 가량으로 비슷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베트남은 아직 네트워크 인프라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 카메라폰으로 사진을 찍어 한국에서처럼 e-메일로 전송하거나 인화하기 힘들다"며 "그러나 이 곳의 젊은이들은 작년말부터 카메라폰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휴대전화가 실용적인 측면보다는 문화와 유행으로 이 곳 소비자들에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 휴대전화는 이러한 베트남의 사회ㆍ문화적인 현상 속에서 명품으로 자리잡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베트남 시장에서 판매 대수 기준으로 핀란드의 노키아(52%)가 1위를 차지했고 삼성(30%)이 2위를 기록했다. 소니에릭슨(5%), 지멘스(3%), 모토로라(2%)는미미한 점유율로 사실상 경쟁에서 밀려난 상태.
삼성은 단순 판매대수 기준으로는 노키아에 뒤졌지만 제품 1대당 평균 가격은 291달러로 노키아의 256달러와 비교해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삼성은 굳이 판매 대수로 노키아와 경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엄 법인장은 "저가 시장은 노키아 등에게 내주고 우리는 중고가, 고가 시장을잡겠다는 생각"이라며 "무리한 경품 행사 등을 하지 않고 있으며 명품 이미지를 유지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베트남에서 휴대전화를 팔기 시작, 2002년 33만7천대, 2002년 32만1천대, 지난해 53만5천대의 판매대수를 기록했다. 올해는 100만대를 예상하고 있다.
올해 100만대를 팔면 시장 점유율이 42%로 높아져 47%로 예상되는 노키아를 바짝 추격할 전망이다.
더욱이 대당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전체 매출로는 올해 노키아와 비슷한 수준을유지하고 내년부터는 매출을 추월할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휴대전화 단말기는 일반적으로 바(막대형)와 폴더, 슬라이드 등 3개 형태로 구분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바 제품은 노키아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고가인 폴더와 슬라이드 제품은 삼성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시장에서 바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2002년 88.7%에서지난해에는 73.3%로 낮아진 반면, 폴더 제품은 같은 기간 6.2%에서 22.1%로 크게 높아졌다.
동남아시장에서 지난해 판매된 폴더 제품은 750만대로 이 중 삼성이 60%, 모토로라가 7%, 노키아가 3%를 차지했다.
시장은 바에서 폴더로 다시 슬라이드로 점점 고급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동남아시장에서 갈수록 삼성은 유리한 기회를 맞고 있다.
엄 법인장은 "베트남에서 노키아가 바 형태에서 탈피해 작년말부터 폴더 제품을들고 나왔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작년부터 슬라이드 제품을 내놓고 있다"고 한발짝앞서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삼성 휴대전화가 베트남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첨단기술에 바탕을둔 명품 전략과 유통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삼성측은 분석했다.
노키아의 경우 고장 휴대전화를 24시간 이내에 수리해주고 있지만 삼성은 4시간이내로 수리 시간을 단축시켰다.
경쟁사는 복수 거래선을 유지했지만, 삼성은 단일 거래선을 집중 지원해 거래선간의 불필요한 가격 갈등을 방지했다. 이를 통해 거래선의 마진을 최대한 보장해줌으로써 사업적인 환경을 개선해줬다.
특히 베트남 17개 대학에 장학금을 주고 고엽제 피해자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사회공헌 활동으로 `친(親) 삼성' 분위기를 만든 것도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베트남의 휴대전화 보급률은 지난 2002년 전체 인구의 2.3%에서 2003년 3.3%, 2004년 4.8%, 올해에는 6%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에 비하면 최근 수년 사이 7%를 웃도는 고도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인구 8천200만명의 베트남은 `기회의 땅'이다.
"삼성 휴대전화는 베트남인들에게 `꿈의 휴대전화'로 자리잡았습니다. 유ㆍ무선네트워크 환경이 갖춰지고 소비수준이 올라가면 삼성 휴대전화는 서서히 비상하게될 것입니다." 베트남 시장을 설명하는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 관계자들의 표정에는 시종일관자부심과 자신감이 넘쳐났다.
(호찌민=연합뉴스)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