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한·조흥 "뉴뱅크를 향해"

노고단 오르며 '통합 첫발'… '워크투게더 2005' 행사가져<br>[은행장이 경쟁력] 신상훈 신한은행장, 최동수 조흥은행장<br>"마음 합해 금융대전 승리하자"

3월 중순, 산아래 버드나무 가지에는 봄물이 한껏 올랐건만 지리산 노고단은 아직 눈보라 휘날리는 겨울의 한복판이다. 체감온도 영하 10도에 눈이 펑펑 쏟아져 발 밑에는 적설량 5㎝ 가량의 눈밭이 형성돼 있다. 15일 오후1시, 합병을 앞둔 신상훈 신한은행장과 최동수 조흥은행장은 운무를 뚫고 지리산 노고단 정상에 올랐다. 두 행장은 눈발이 쏟아지는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한 후 “뉴뱅크(new bank)를 위하여”라고 선창했고 그들을 둘러싼 두 은행 직원 70여명이 우렁찬 목소리로 다가올 통합에 대한 각오를 외쳤다. 신한ㆍ조흥은행은 오는 9월 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켜 내년부터 ‘새로운 은행’으로 태어날 예정이다. 통합을 앞두고 두 은행장은 이날 오전9시 전라북도 화엄사 입구에서 ‘워크투게더 2005’ 발대식을 갖고 노고단에 올랐다. 그들이 봄을 마다하고 춥고 앞이 보이지 않는 겨울산 정상에서 만난 것은 영하의 눈보라 치는 날씨에 고행을 하면서 서로 다른 문화를 화학적으로 통합하자는 이유에서이다. 아울러 두 은행장과 행원들은 합병 은행의 앞날이 산행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을 되새기고 어떤 어려움과 역경이 다가오더라도 반드시 이겨내야 한다는 의지를 다졌다. 두 은행은 초우량 외국계 은행에 맞서 토종 우량은행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뉴뱅크를 만들기 위한 ‘감성통합’의 힘찬 첫발을 내디뎠다. 화엄사에서 노고단ㆍ성삼재로 이어지는 약 7.5㎞의 산행은 원래 신한은행이 직원들의 단합을 다지고 훼손된 백두대간을 보존하자는 취지로 준비한 행사. 하지만 기획단계에서 조흥은행이 이 사실을 알고 동참할 의사를 밝혔고 신한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자연스레 통합이 예정된 양행 직원들의 감성통합을 위한 산행으로 변경됐다. 신한ㆍ조흥은행은 15일부터 오는 4월23일까지 각각 10명씩 한조로 2박3일씩 총 40일 동안 백두대간을 각 구간별로 나눠 총 690㎞를 릴레이 형태로 종주할 계획이다. 연 참여 인원은 400여명. 각행 본사를 출발한 버스는 경부고속도로를 질주한 후 ‘춘향의 도시’ 남원을 거쳐 오전8시 지리산 화엄사 입구에 도착했다. 오전9시 간단한 아침식사 후 양행 임직원 70여명이 백두대간 종주를 위해 가진 ‘워크 투게더 2005’ 발대식.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험한 산행을 직접 체험하면서 도전정신과 진취적 기상을 새롭게 가다듬자”며 “힘든 코스인 만큼 양행 임직원이 팀워크를 다지고 마음을 나누자”고 말했다. 뒤이어 최동수 조흥은행장도 “백두대간 종주를 통해 협동과 도전정신을 강화시켜 무한 경쟁시대의 금융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자”고 강조했다. 발대식을 마치며 양행 임직원은 ‘신한ㆍ조흥은행 파이팅’을 연호하며 노고단으로 향했다.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가운데 신 행장과 최 행장은 굳게 손을 맞잡고 등반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하지만 2시간여가 지나자 진눈깨비는 폭설로 바뀌기 시작했다. 짙은 안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최악의 기상여건을 연출했다. 하지만 최악의 기상상황은 신한ㆍ조흥을 갈라놓은 벽을 허무는 촉매제가 됐다. 두 은행장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리드하는 가운데 누군가 “기운냅시다”를 외치자 모두들 “기운냅시다”를 연호했다. 여기에는 신한도 조흥도 없었고 오직 힘든 상황을 함께 이겨내는 동료의식만이 남았다. 오후1시. 드디어 중간기착지인 노고단에 도착했다. 여기서 두 행장과 종주팀은 아쉬운 이별을 고했다. 종주팀 20명은 동료를 뒤로 한 채 성삼재로 향했다. 지리산 노고단에서 통합의 각오를 다진 신 행장과 최 행장은 다음날 일정을 위해 내려가야 했지만 각행 10명씩 모두 20명의 전투대원은 2박3일 일정으로 백두대간의 또 다른 산행길을 보내며 ‘파이팅’을 외쳤다. 백두대간 산행을 떠난 동료 20여명을 제외하고 50여명의 뱅커들은 하산해서도 열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그들은 두 행장을 모시고 점심 겸 저녁을 함께 했다. 약간의 술이 돌자 신 행장과 최 행장은 상대방 은행원들의 자리를 돌며 팔을 끼얹고 이른바 ‘러브샷’을 나눴다. 그들은 ‘뉴 뱅크를 위하여’를 외치며 통합을 위한 약속과 다짐을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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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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