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코스닥기업 횡령 '외감법' 허점 노출

피감사자가 감사자 선정 '모순'…법률 개정 필요할 듯

기업체 대표가 공인회계사 등과 공모, 회사 공금을 빼돌릴 수 있었던 것은 피감사자가 자신을 감사할 감사자를 지정할 수 있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의 허점과 모순을 악용했기 때문이다. 26일 외감법에 따르면 직전 사업연도말 자산총액이 70억원을 넘는 주식회사는상장이든 비상장이든 의무적으로 외부 감사인(회계사)에게 감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기업이 감사받을 회계법인을 자신들이 마음대로 지정하도록 돼 있어 외부 감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회계법인은 감사 계약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피감사 기업의 `눈치'를 볼수밖에 없어 감사자와 피감사자가 유착될 여지가 많은 게 현실이다. 실제로 이번 A기업 대표가 회사 공금을 맘대로 쓸수 있었던 것은 B회계법인 회계사가 적극적인 감사에 나서기보다 회계감사 근거가 될 `사실확인' 내용을 A기업이제출하도록 방치한 데서 비롯됐다. A기업은 2002년 이후 B회계법인을 감사자로 선정했고 B회계법인은 회사의 분기보고서와 반기보고서 등을 허위로 작성한뒤 감사 비용으로 1억7천만원을 받았다. B회계법인 회계사들은 A기업의 은행 예치금이 이미 담보로 잡혀 인출이 불가능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기업이 감사를 받는 경우 자신이 감사자를 선정하기보다 정부 등이 감사자를 지정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개선안이 제시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에 주식회사 설립요건에 맞추려고 명목상으로 선정돼 있는 내부감사도 사실상 제대로 기능하기가 어렵다. A기업의 비상근감사인 신모(45)씨는 2001∼2004년 회계연도까지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를 한번도 하지 않았음에도 매년 주주총회에 나가 회계 장부에 문제가 없다는 허위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허위 진술' 대가로 매년 650만원씩을 받기도 했다. 또한 상장사에 한해서만이라도 사외이사처럼 주주가 내부감사를 지정하는 방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투자자들은 회계법인의 감사를 믿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업의 감사미비는 주가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A기업의 한 소액투자자는 이미 회계법인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감사자가 감사자를 지정하는 현행 외감법은 분명 문제가 있어보인다"며 "감사를 맡을 경우 높은 도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법률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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