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신임 하나은행장은 준비된 행장으로 평가된다. 일찌감치 그룹의 차세대 리더로 낙점돼 체계적인 경영수업을 받았다. 하나금융이 그룹의 2인자인 하나은행장에 4대 시중은행으로는 처음으로 60년대생 행장을 선임한 것도 이러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김 행장은 하나금융의 굵직굵직한 이벤트에도 모두 관여했다. 지주사설립, LG카드 인수작업,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인수협상 등이 모두 김 행장의 손을 거쳤다. 그룹의 브레인이란 평가가 나온다. 법원의 통합작업 가처분 승인으로 실무협상단이 문책을 당한 가운데 김 행장이 어떤 역할을 설정할지도 관전포인트다.
은행 내 이력도 화려하다. 뉴욕지점장, 지주 최고재무전문가(CFO), 하나은행 경영관리총괄, 마케팅 부행장 등 은행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동시에 최연소 타이틀을 늘 달고 다녔다. 뉴욕지점의 경우 그룹 내 최대 라이벌인 이현주 미국 법인장보다 먼저 다녀왔다.
뱅커로서의 이력은 다소 특이하다.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87년에 입사한 김 행장은 1년 반 뒤 미국 은행인 퍼스트내쇼널뱅크오브시카고로 옮겼다. 이후 91년 은행으로 전환될 때 다시 하나은행으로 합류했다.
하나은행에 다시 합류하기까지 2년 반의 공백이 있었지만 곧바로 조직의 핵심으로 안착했다. 그만큼 업무능력은 뛰어났고 조직관리도 탁월했다. 항간에는 김승유 전 회장의 라인이란 평가가 나왔지만 김정태 현 회장과의 관계도 우호적이다.
하나금융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김정태 회장이 행장일 때 경영관리총괄을 수행했는데 자기역할에 대한 이해가 높아 행장과의 관계가 좋았다”며 “뉴욕지점장 시절 때도 경쟁은행 지점장들보다 나이가 많이 어렸지만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한편 통합은행장 이슈는 김 행장의 선임을 읽는 또 다른 키워드다. 지금까지는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초대 통합은행장으로 유력했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조의 가처분 신청으로 통합작업이 멈추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이우공 부사장 등 실무진이 물러난 상황에서 외환은행 노조와의 관계설정에 최전선에 있었던 김 행장의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