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외리포트] 日만화영화 '센과 치히로…' 타이타닉 기록 갈아치워

'할리우드를 이긴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지난 7월에 일본에서 개봉된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는 늘 이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바람의 계곡의 나우시카', '이웃집 토토로' 등의 영화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도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한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이 작품은 일본 영화의 지속적 부진 속에서도 독보적인 인기몰이에 성공, 개봉 4개월여만에 2,100만명에 달하는 관객을 동원하며 일본 영화사를 바꿔놓고 있다. 여기서 벌어들인 흥행수입은 무려 270억엔을 웃돌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역대 흥행 1위이던 미국 할리우드의 대작 '타이타닉'의 관객동원 수 1,680만명, 흥행수입 260억엔이라는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10월에는 미야자키 애니메이션를 제작하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전용미술관이 도쿄 근교에 설립, 이미 내년 3월 말까지는 주말 입장예약이 끝난 상태. 미야자키 감독의 애니메이션은 단순한 만화영화라기보다는 하나의 성공 사업 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이 이처럼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는 데는 단순한 '만화영화'로만 치부할 수 없는 작품성과 함께 막대한 투자를 꼽을 수 있다. 주간 경제지인 동양경제는 최신호에서 오랜 불경기와 함께 영화사의 제작비 삭감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수익성과는 무관하게 과감한 시간과 제작비를 투자하는 '비상식'이 스튜디오 지브리의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세자리 수의 제작비를 들이는 할리우드의 물량공세와는 달리, 일본 영화의 제작비는 대부분의 경우 2~3억엔 수준. 적은 돈을 들여 극장에서 적당한 돈을 벌어들이면 비디오나 TV 방영권 판매로 어느 정도의 수익은 낼 수 있다는 것이 일본 영화계의 '상식'으로 통한다. 적자를 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큰 히트도 기대할 수 없는 '축소균형'에 빠져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앞서 97년에 제작된 '월령공주' 등에서 각각 20억엔을 웃도는 제작비를 투입, 지금까지 총 450억엔 이상의 흥행수입을 올리고 있다. 지브리 미술관에 든 설립비용도 50억엔에 달했다. 또 통상 3~6개월만에 영화 한 편이 제작되는 것과 달리 스튜디오 지브리가 애니메이션 한 편에 들이는 시간은 적어도 2년. 작품 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상식을 뒤엎는 파격과 그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한다는 것이 지브리 스튜디오의 '방식'이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인기몰이의 또 하나의 비결은 비즈니스 팀의 사업 수완. 특히 방송사와 출판사, 편의점 등 출자ㆍ협찬기업들을 활용하는 광고 효과는 커다란 성공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이 흥행 수입을 비약시킨 데는 80년대 후반 영화 방영권을 쥐고 있던 방송사의 지분참여를 유도, 이후 집중적인 TV광고를 내보내는데 성공한 데 기인한 바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은 오랜 시간동안 쌓아올린 미야자키 감독의 브랜드 가치와 작품성, 그리고 이와 함께 발휘되는 사업 수완이 빚어낸 일본 영화계의 '기적'으로까지 평가되고 있다. 날로 악화되는 국내 경제 사정과 갈수록 불어나는 제작비용의 괴리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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