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정운천 “관료들 구제역 대처 전직 장관 말도 안들어”

한식 전도사 변신 정운천 前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정운천(57ㆍ사진)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14일 "구제역 대처에 관한 조언을 해도 관료들이 전직 장관 말을 안 듣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50만마리의 소ㆍ돼지를 묻고 무려 3조원이나 들어간 초유의 구제역 사태에 대해 정부는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려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고향(전북 고창)이 아닌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 내려가 참다래(키위)와 고구마 농업에 성공하며 농업CEO연합회장을 맡은 뒤 지난 2008년 초 현 정부 초대 농식품부 장관에 발탁됐다가 그해 촛불시위의 여파로 낙마했다. 정 전 장관은 "1984년에 1억원을 빌려 뉴질랜드에서 키위묘목을 수입했는데 다 고사해 파산지경에 처했다가 재기한 적도 있고 1989년에는 키위시장이 개방돼 눈앞이 깜깜했으나 곧 300여 농가를 묶어 협회를 만들고 어렵게 백화점 유통망을 뚫어 성공할 수 있었다"며 "바이오 고구마도 개발해 연 1,000억원대의 시장을 4,000억원대로 키워냈다"고 술회했다. 2004년에는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본받아 '거북선농업'을 쓰기도 했던 그인 만큼 역발상과 창의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지만 일부에서는 '돈키호테가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실제 한나라당 구제역특위 위원장으로 3월 초 경기도 이천시의 한 농장에서 돼지 사체와 침출수를 170도 이상의 고온멸균 방식으로 처리해 유기질 퇴비화하는 방안을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전 장관은 "에너지가 있는 동물성 유기물이 부패하면 폐기물이지만 발효하면 유익한 것으로 바뀐다"며 "매몰 가축이나 침출수를 고온멸균건조기에 톱밥ㆍ미강과 혼합 건조해 퇴비화할 수 있고 최근 이천시에서 이 방법을 채택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최근 일부 매몰지에서 붉은 물과 악취가 풍기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한강변 등을 중심으로 이 기술을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환경부나 농식품부ㆍ행정안전부 등에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그는 개탄했다. 실제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2월 말 "침출수 퇴비화 시설도 없고 경제적ㆍ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사회정서나 문화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또 "동물 밀집사육이 이뤄지고 있어 철저한 검역과 신속한 방역체계가 중요하다"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등 3개 기관을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로 통합한다고 하는데 청으로 승격하는 등 근본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국과 일본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 곧바로 군을 투입하는 것처럼 우리도 각 도의 화생방 부대를 교육시켜 투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박비향(희망의 향기)'이라는 책을 쓴 정 전 장관은 "한식재단 이사장으로서 오는 5월 중순 한복을 입고 국회에서 한식 세계화 행사를 갖겠다"며 "지난해 전북도지사 선거에서 18% 이상을 얻은 한나라당 최고위원으로서 내년 총선 때 전북에서 출마할 계획인데 석패율제가 꼭 도입돼 반드시 국회에 진출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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