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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조만간 노벨상을 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다만 유능한 과학자를 키우려면 가능성 있는 연구와 인재를 뽑아 뒷받침해주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난 200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팀 헌트(사진)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는 5일 서울대 문화관에서 '제22회 자연과학 공개강연: 과학자의 꿈과 도전'을 주제로 한 특별강연에서 "현재 한국에도 재능 있는 과학자들이 많이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헌트 명예교수는 "왜 한국에서는 아직 노벨상 수상자가 안 나오는지"를 묻는 한 학생의 질문에 "책에 나온 지식만 믿지 말고 자신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헌트 명예교수는 또 창의성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노벨상을 받으려면 창의적 사고를 하고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분야를 좇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벨상은 질문을 정해놓고 좇아가는 게 아니라 이런 질문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것을 발견할 때 따라온다"며 "내가 이룬 업적도 목적이 있었다기보다는 질문이 이끄는 대로 가다 보니 발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헌트 명예교수는 '세포 주기'라는 개념을 처음 만들고 이를 토대로 암 발생 원인을 규명한 공로로 200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미개척 분야에 대한 과학자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재정적 지원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유능한 과학자를 양성하려면 정부나 민간이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순수과학이 외면 받고 우수한 학생이 의대로 몰리는 현실에 대해서는 "경제적 문제와 연관돼 있어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헌트 명예교수는 "한국뿐 아니라 영국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불황으로 직업의 안정성이 점점 중요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해결책을 제시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앞서 강연 중 "나는 과학자가 되고 싶은데 부모님은 의사가 되라고 한다"는 한 학생의 고민에 "당신의 심장이 말하는 대로 하라"며 자신이 즐기는 일을 할 것을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