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학 비리 키운 '뒷주머니 감독'

대학재정 운용 투명성 점검 결과..."교과부서 이사장 횡령 눈감아"

대학생 등록금 부담을 초래한 일부 대학 운영주체의 횡령과 각종 탈법ㆍ비리는 교육 당국의 허술한 관리ㆍ감독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3일 공개한 ‘대학 재정운영 투명성 점검’ 결과에 따르면 감사를 실시한 약 50개 대학에서 이사장 등 학교 운영주체, 구성원이 횡령과 비리 등 학교에 금전적 손해를 끼치거나 관련 법령을 위반, 대학 재정의 누수를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충북의 모 학교법인 이사장 A씨는 지난 2002년 대학 교비 70억여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는데 최근 감사에서 또 다시 교비 150억여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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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관리ㆍ감독기관인 교육과학기술부는 2003년 횡령 사실이 적발된 A씨와 배우자(이사)의 임원 취임을 취소하지 않은 채 내버려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다음해 A씨가 횡령액을 변제하지도 않았는데도 갚은 것으로 인정했고, 심지어 2008년 횡령액을 갚지도 않은 A씨가 다시 이사장에 취임토록 승인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보였다. 결국 A씨는 이사장에 복귀한 뒤 부인, 자녀 등과 함께 2년간 교비 150억여원을 횡령했다. 이후 횡령 사실을 숨기려고 법인 내 한 학교의 횡령액으로 다른 학교의 횡령액을 갚는 등 속칭 ‘돌려막기’ 불법까지 저질렀다. 교육 당국의 관리ㆍ감독 소홀 때문에 수년간 대학의 교비가 ‘개인의 쌈짓돈’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B법인(유치원) 이사장 일가는 2005∼2007년 법인의 기본재산 임대료 수입 2억9,000만원을 빼돌렸다. 관할 시교육청은 2007년 9월 감사를 통해 이들의 횡령 사실을 적발했지만 임원취임 취소나 고발 없이 의원면직 선에서 사건을 무마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사장 일가는 감사 이후 임대료 수입 5,000만원을 더 횡령했다. 2008년에는 사재 출연 등 개인 부담 없이 100억원 상당의 B법인 재산을 증여해 C법인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교과부는 공익법인 재산 증여만으로 다른 학교법인을 인수할 수 없는데도 승인했다. 당시 교과부 감사관실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지만 무시됐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교과부 소속 직원들의 각종 뇌물 수수 등도 적발됐다. 교과부 D국장은 지방 국립대 사무국장 파견돼 인사 등을 총괄하면서 부하 직원들에게 인사 청탁과 함께 400만원을 받았고, D국장에게 금품을 준 모 사무관은 대학 시설공사 담당 업체에 돈을 요구해 180만원을 받은 것은 물론 편의를 봐 주는 대가로 업체 관계자 명의로 등록된 시가 2,400만원 상당의 고급 승용차를 받아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교과부 한 서기관은 사무관 시절 국가보조금으로 비자금 11억원을 조성한 모 대학 산학협력단 측으로부터 골프장 이용료, 유흥비 등으로 수백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당시 제대로 처리했다면 이사장 일가의 돈벌이에 학교가 악용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업무를 부실하게 처리한 교과부 관련 공무원들의 징계 시효가 지나 징계 요구 대신 인사상 책임을 묻도록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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