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의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치킨게임이 끝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생존업체들의 과점 효과가 갈수록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이들 양대 반도체업체는 비수기인 지난 1·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배나 급증하는 쾌조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1·4분기에 반도체 부문에서 각각 2조원와 1조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며 영업이익률은 20%를 웃돈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1·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총 53조원 매출 중 10조원가량을 반도체 부문에서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전 분기의 10조5,260억원에 비해서는 다소 줄었지만 전년 같은 기간(8조5,760억원)보다는 17%나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조원 안팎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700억원에 비해 2배가량 급증했다.
오는 24일 실적을 발표하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 1·4분기 창사 이래 분기 최대 실적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의 1·4분기 실적에 대한 증권사 실적컨센서스에 따르면 매출액은 3조7,01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9,563억원으로 3배 넘게 폭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SK하이닉스의 1·4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들 반도체 업체의 이 같은 호실적은 D램과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가격 이전 분기 대비 5~7% 떨어진 데 그친데다 업체들이 설비투자 경쟁을 벌이지 않으면서 공급이 제한돼 재고가 상당 부분 소진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마이크론과 엘피다의 합병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삼성전자과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두마차' 체제로 재편돼 설비투자 확대를 통한 시장 점유율 경쟁을 하지 않으면서 이익률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2·4분기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4분기 수준의 실적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공급이 늘어나더라도 스마트폰 출하가 늘어나면서 그만큼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연간으로는 사상 최대치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부문에서 매출 40조원과 영업이익 8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지난해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올린 SK하이닉스는 올해 15조원의 매출과 4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올려 지난해 실적을 뛰어넘을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점 체제 형성으로 출혈경쟁보다는 수익성을 높이는 쪽으로 업체 간 암묵적 동의가 이뤄진 상황"이라며 "글로벌 경기침체와 같은 돌발 변수가 없으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호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