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피해액 연체 이자까지 요구하다니…" 분통

●괴로운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자들<br>최근 피해건수 눈덩이 불구 본인 확인도 안한 금융사들<br>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 당국도 아직 구제방안 못세워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직장인 안모씨(27)는 최근 카드론 보이스피싱으로 카드론 2,000만원에 현금서비스 12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눈앞이 캄캄했지만 안씨가 거래하는 카드사는 빚을 갚으라는 독촉을 해왔다. 야박했지만 현실이었다. 안씨는 급한 대로 대부업체에 연 30%가 넘는 고리의 대출을 받아 현금서비스 사기 금액을 일시에 상환했다. 하지만 연 24% 이자에 24개월 동안 분할 상환해야 하는 사기 대출을 떠올리면 분통이 터진다. 안씨는 "카드사에서 제대로 된 본인 확인절차 없이 카드론 대출을 승인해준 책임은 외면한 채 모든 부담을 피해자에게 돌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의 집계 결과 금융회사에 신고된 카드론 보이스피싱(현금서비스 피해 포함) 피해건수는 1,596건, 피해금액은 163억2,000만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몇 달 사이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정작 금융회사들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하루아침에 수천만원의 채무를 떠안게 된 피해자들은 사기 금액에 이자까지 부과하는 금융회사의 야박한 처사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당국 역시 뾰족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파장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이자까지 받는 금융회사 횡포=금융회사들은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게 피해금액의 전액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 피해 원금을 일부 감면해주는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은 3~6개월 유예 뒤 24~36개월 분할 상환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일부 금융회사들이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게 이자까지 부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카드의 경우 지난달 말 현재 3,300여명이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었는데 최대 6개월까지 피해금액 상환 유예 및 36개월 분할 납부를 최근 내부 방침으로 정했다. 현대카드는 이에 대한 이자로 6.5~27%를 책정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한 관계자는 "카드론 보이스피싱은 피해 고객들이 본인의 신용정보를 직접 입력한 것으로 은행 입장에서는 '정상 거래'로 보고 있다"며 "해당 고객의 신용 및 이용이력 등을 고려해 금리를 책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이 금융회사의 상환 매뉴얼을 따르지 않을 경우 별도의 유예 기간이나 구제책 없이 채권추심 전문업체에 이관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KB국민카드의 한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카드회사에서 피해 금액 상환을 요구했지만 상환 책임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버텼다"며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채권추심을 전문회사에 이관했다는 문자 한 통을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금융 당국, 구제책 마련 못해 갈팡질팡=구제를 요구하는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사례도 200건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조정 신청이 완료된 케이스는 단 한 건도 없다. 금감원은 6개 전업카드사를 대상으로 오는 9일까지 실시하는 특별 현장점검 결과를 살펴 피해자 구제책을 마련하고 이를 조정 결과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측은 "카드론 보이스피싱과 관련해 피해자들의 민사소송이 이어지고 있어 조정 결과 도출을 위해 관련 법률 참고 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며 "본인확인 절차 없이 대출을 승인한 금융회사나 피해자들 모두 책임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회사와 피해자들까지 중심을 못 잡고 있다. 신한카드를 보유 중인 한 피해자는 "카드론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후 신한카드에서 카드론 2개월 분납에 연 26%의 이자를 요구했지만 최근 24개월 분납에 연 7.6%의 금리로 합의를 봤다"고 전한 뒤 "피해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 금융회사마다 명확한 기준이 없어 일단은 버티고 보라는 충고를 들었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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