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보따리 장수도 아쉬운 범여권 대선캠프

“대선캠프를 전전하며 정책 장사를 하는 교수들을 놓고 ‘보따리 장수’라고 비난하지만 그나마 범여권 대선캠프에는 보따리 장수도 구하기 힘든 처지입니다.” 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 캠프에서 일하고 있는 한 연구원이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던진 탄식이다. 해당 주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돼오던 사람인데도 대선공약을 기획할 정책 자문단조차 구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범여권 대선캠프의 인재 구득난은 올 들어 특히 심하다고 한다. 왜 그럴까. 이 연구원은 “범여권에선 아직 대선의 판이 짜여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범여권의 분열로 대선의 판도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섣불리 특정 주자의 캠프에 합류했다 해당 주자가 중도하차라도 하면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그나마 특정 주자의 대선캠프에 비공식적으로 합류한 정책 자문가들도 자신의 이름이 공개적으로 언론 등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한나라당의 주요 대선주자들이 최근 각각 수백명씩에 달하는 정책 자문단을 당당히 발표한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풍경이다. 범여권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국가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논리로 재집권의 당위성을 설파해왔다. 그렇다면 범여권의 대선주자는 구체적인 정책비전을 가지고 왜 자신이 당선돼야 하는지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정책 자문단마저 꾸리기 힘든 상황이라면 과연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어느 정도나 정책적으로 준비가 된 것인지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어떤 주자는 불과 며칠새 같은 범여권 주자와 거의 유사한 제목의 공약을 내놓아 베낀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많은 범여권 주자들은 범여권이 단일 신당으로 결집돼 자신이 단일 대선후보로 선출된다면 전통적인 범여권 지지자들이 표를 몰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이 자칫 범여권 주자라는 간판만 내세워 정책 준비도 제대로 없이 지지층의 표심에 무임승차하려는 모럴 해저드로 이어져선 안된다. 비전이 없으면 대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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