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영웅전 제2보도일 유학파 기사들
일본에 바둑유학을 하고 돌아온 프로기사 가운데 최장기 유학을 한 사람은조훈현이다. 그는 63년 10월에 2단의 몸으로 도일하여 8년 5개월만에 5단이 되어 귀국했다.
조훈현은 처음에 일본어를 잘 몰랐으므로 큰 고통을 받았는데 귀국무렵에는 한국어를 깡그리 잊어 새로 모국어를 배우느라고 큰 고통을 받아야 했다. 조훈현보다 먼저 일본유학을 떠난 사람은 셋이었다. 그 첫째는 김인으로(조남철은 예외로 함) 62년 3월에 4단의 몸으로 도일하여 1년 8개월만에 귀국했다.
다음은 조상연으로 김인과 거의 같은 시기에 역시 4단의 몸으로 도일했다.
현재 일본기원 5단이 되었다. 그 다음으로 떠난 사람은 조상연의 동생 조치훈으로 62년 8월에 2급의 몸으로 도일하여 현재 9단이 되었다.
만약 조상연이 지금 귀국한다면 거의 37년만에 돌아오는 것이 될 것이다. 귀국하여 국내에서 기사생활을 한 사람 가운데 최장기 일본 체류를 한 사람은 조훈현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장기 체류를 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하찬석(현8단)이다.
바둑판으로 눈을 돌리면…. 증손자같은 조훈현이 과감하게 나오자 세고에 노인도 덩달아 신이나서 더욱 난해한 코스로 바둑을 몰고 갔다. 이 바둑의 해설을 담당했던 조남철(당시 8단)의 설명을 잠깐 들어본다. 『보통은 각각 제 갈길로 가는 것인데 세고에씨가 새로운 취향을 시도했다.』
실전보의 백23을 말한 것이다. 이 수로는 「가」에 두고 흑이 24의 자리에 둘 때 「나」로 관통하는 것이 보통인데 세고에는 꼬마 제자의 완력 테스트에 나섰고 기이한 정석형태가 생기게 되었다. 조훈현의 흑24가 속수성으로 이 수로는 32의 자리부터 두는 것이 정수였다.
노승일·바둑평론가
입력시간 2000/08/13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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