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구조 재편」으로 뚫어라

◎글로벌 경쟁시대… 전문­특화만이 살길/위험 감수하는 「도전경영」없인 성공없어/정부 시장진­퇴출 규제 철폐 선행되야요즈음 우리 기업들은 너나 할 것없이 어떤 사업을 해야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그만큼 우리 경제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전환기에 처해 있다 하겠다. 섬유, 신발 등 노동집약 산업에서는 이미 후진국들에게 시장을 내준 지가 오래이고, 세계적 수준의 생산기술력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가전, 자동차, 철강, 조선 등의 자본집약 산업에서도 후발개도국들의 추격에 점점 버틸 힘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개방화, 세계화의 추세는 이러한 위기상황을 더욱 급박하게 몰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의 보호막 아래 내수시장에서 힘을 비축한 다음 해외로 눈을 돌릴 공간적 여유가 있었다. 기업은 자본만 뒷받침되면 어떤 사업이라도 쉽게 뛰어들 수 있었으며 성공의 가능성 또한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완연히 다르다. 내수시장은 더이상 우리 기업들만의 몫이 아니며 그나마 많은 사업에서 시장의 성숙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제반 경영환경의 변화는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사업, 새로운 시장의 개척을 위한 사어부조 재편(business transfomation)이라는 절대절명의 과제를 안겨 주고 있는 것이다. ◇「선택경영」이 핵심 기업이 행하는 사업구조 재편의 목표는 시장지배력(market leadership) 확보를 통한 지속적인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처럼 한 사업이 겨냥하는 시장이 전세계로 확대된 상황에서는 집중화를 하지 않고서는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기 힘들다. 때문에 기업이 갖고 있는 자원과 역량(resource and capability)을 선택된 사업에 집중투자하는 「선택경영」 이 사업구조 재편의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GE를 비롯한 몇몇 초일류기업들은 이미 80년대 초반부터 경쟁력있는 사업에 집중함으로써 큰 성과를 거두었으며 90년대 들어서는, 다수의 거대기업들이 집중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포춘의 500대기업 통계를 봐도 집중화가 이루어지면서 경영성과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최대의 반도체 회사인 인텔은 선택경영의 효과를 입증한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인텔은 80년대 후반 주력시업중 하나였던 D램을 과감히 포기하고 대신에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에 특화함으로써 성공을 거두었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화학산업에서도 최근에는 집중화를 위한 사업구조 재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의 거대 화학기업인 롱프랑은 86년부터 핵심사업에의 집중화를 통한 사업구축을 단행했다. 롱프랑은 의약, 농화학 등 4개의 핵심사업을 선택하여 여기에 자원을 집중하고 이와 무관한 사업은 철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사업분야가 50개이상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오히려 두배나 늘어났다. ◇도전없이 성공없다 도전적인 자세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요소. 세계 산업구조의 흐름을 볼 때 우리 기업들은 노동집약적, 자본집약적 산업에서 정보집약적, 지식집약적 산업으로 옮겨가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러한 산업들은 성장기의 산업으로서 기대수익이 높은 반면 위험도 큰 특징을 갖는다. 수백개의 기업들이 싸워서 서너개의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장이다. 따라서 위험을 기피하는 자세를 갖고는 애초에 뛰어들지 않는게 좋다. IBM, U.S스틸, GM 등 안정을 추구했던 기업들의 실패사례를 우리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얼마나 오래 버티나가 목표가 아닌 다음에는 위험감수(risk­taking)는 이제 피할 수 없는게 대세다. ◇규제완화 선행돼야 사업구조 재편의 성공은 기업들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정부의 강력한 산업정책이 있었다. 정부 주도의 산업구조 조성과 산업합리화를 내용으로 하는 이러한 산업정책은 진입규제, 가격규제 등 수없이 많은 규제들은 수반하게 되었고 이는 기업들의 자유로운 시장진입 및 퇴출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남아 있다. 국내외 시장의 구분이 없는 무한 경쟁시대에 진입과 퇴출이 쉽지 않다는 것은 기업들이 생각할 수 있는 사업구조 제편이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신사업을 전개하고자 할 때 금융시장 내의 각종 규재들이 운신의 폭을 좁힐 수 있으며, 어떤 사업에서 철수하고자 하는 경우 노동시장의 규제들이 제약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의 성공적인 사업구조로 재편을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완화가 반드시 선행 되어야 할 조건이라 하겠다. 우리경제와 기업은 지금 매우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핵심역량을 살려갈 수 있는 신규 유망사업으로의 진출과 자원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전략적 철수를 두 축으로 하는 선택경영의 철학, 10개를 도전해서 1개를 성공시키겠다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규제완화, 이 세 가지가 우리가 처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근간이 될 것이다.<이윤호 LG경제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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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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