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09년 말까지 국내에서 암을 진단 받은 후 완치됐거나 투병 중인 환자는 약 80만명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 60명당 1명 정도가 암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불치병으로 인식됐던 암도 이제 고혈압, 당뇨 등과 같은 성인병처럼 관리해야 하는 병으로 인식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국가암 관리사업이 본격적으로 확대된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암 발생률은 연평균 3.4% 정도의 지속적인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발생한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62%로, 1990년대와 비교할 경우 생존율이 뚜렷이 증가했음을 관찰할 수 있다.
노인 인구의 증가, 서구형 식생활 등과 같은 생활습관의 변화가 암 발생 증가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암 진단 기술의 발전과 조기 검진의 활성화도 암환자 증가의 주요원인이다. 하루가 다르게 질병 진단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조기 검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40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반드시 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흡연과 폐암 발생과의 연관성은 익히 잘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폐암은 조기 발견의 이득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그동안 폐암 검진은 보통 권고되지 않고 있었다. 국가암 조기검진사업에 위암ㆍ간암ㆍ대장암ㆍ유방암ㆍ자궁경부암 검진은 포함돼 있으나 정작 사망률 1위인 폐암 검진이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러나 폐암에서 조기검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이제는 잘못된 상식이 됐다. 지난해 미국 국립암연구소에서 5,300명이 넘는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미국 폐암 조기검진 프로그램 결과를 발표했다. 폐암 발병 위험군인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저선량 폐암검진 CT로 검진을 시행했을 경우,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20% 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공개됐으며 폐암 역시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암을 비롯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수많은 질병의 치료에 앞서 조기진단과 예방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한다면, 주기적인 건강검진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어느 시점에 병을 발견하느냐가 언제 죽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인 81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2%로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누구도 암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임진년 정초, 새해를 시작하면서 건강검진부터 받는 것은 어떨까. 이보다 확실한 새해 준비는 없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