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키프로스의 비극

비너스 탄생신화의 무대인 키프로스는 비운의 섬이다. 경기도 크기의 작은 섬나라이지만 지중해 해상교역의 거점인 동시에 군사적 요충지여서 수천년간 수많은 주변 강대국들에 의해 짓밟혔다. 그리스와 페르시아ㆍ로마ㆍ비잔틴제국ㆍ베네치아공화국ㆍ오스만제국을 거쳤다. 지금의 국민 구성이 그리스계 78%와 터키계 18%로 나뉜 것도 문명 충돌사의 산물이다.


△근ㆍ현대에 들어서도 키프로스의 비극은 이어졌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터키가 독일 편을 든 대가로 신화의 섬은 승전국 영국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2차 대전 후 독립했지만 그리스계와 터키계의 내분으로 그나마 좁은 국토마저 두 동강 나버렸다. 하지만 지정학적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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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의 이목이 지중해의 작은 섬에 쏠리고 있다. 경제적으로 밀접한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신청하자 키프로스 경제도 결딴나버렸다. 급기야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5번째로 구제금융을 신청했는데 돈 빌려주는 조건이 너무 가혹하다. 은행 예금의 10% 정도를 세금조로 떼내 상환대비 부담금으로 적립하라는 요구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유로존 탄생의 최대 수혜국이자 역내 최강국인 독일이 이런 방안을 주도했다. 그러나 키프로스 예금의 상당액을 보유한 러시아가 발끈하면서 해법은 더욱 꼬이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은 키프로스에 딱 들어맞는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바람 앞에 등불신세인 것은 과거와 다를 게 없다. 스스로 운명을 해쳐나기엔 지정학적 입지가 너무나 불리한 소국이다. 유로화를 도입해 거대경제권에 편입한 결정은 강소국으로 가기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통화주권을 스스로 포기한 게 잘못된 선택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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