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골목상권 완장'에 날라간 농업 세계화의 꿈

갈수록 힘을 더해가는 '골목상권'의 위세 앞에 기업의 영농세계화 꿈이 스러졌다.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팜한농이 지난해 말 완공된 유리온실을 활용한 토마토 사업을 26일 접었다. 토마토 수출 활성화와 농업경쟁력 강화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농민들의 반발과 정부의 골목상권 보호 분위기 앞에선 아무런 소용도 없었던 모양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당초 동부는 유리온실사업을 통해 15만㎡(약 4만5,000평)에서 고품질 토마토를 재배해 일본 등에 수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에는 가격폭락에 대한 농민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농협과 농가에 공동영농을 제안하는 상생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수출영농의 기치도, 농민과의 상생협력도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대기업'이라는 주장에 함몰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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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영농에 대한 농민들의 우려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동부팜한농의 토마토 수출물량이 줄면 생산량(연간 5,000톤)의 일부가 국내시장에 흘러나와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 수출이 늘 경우에도 영세농가의 대일수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2만가구에 달하는 토마토 농가에 대기업의 진출은 그만큼 위협적이다.

그렇다고 우리 농업을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 농산물시장 개방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식량안보는 FTA의 파고에 휩쓸려버리고 말 것이다. 지금은 농업경쟁력을 강화하고 농산물 수출을 적극 모색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첨단 영농기술ㆍ자금을 가진 기업과 농가가 힘을 합쳐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소기업을 힘과 자금으로 누르려는 대기업의 행위는 분명히 사라져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선진기법을 도입하고 판로를 넓히기 위한 노력까지 매도돼서는 곤란하다. 골목상권 보호가 아무 때나 휘두르는 전가의 보도라면 헌법 위에 존재한다는 '떼법'과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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