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제국' 구글이 모바일 결제를 시작으로 핀테크(FIn-tech·금융과 IT 융합)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국내 IT 업계도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구글이 국내에서 90%에 가까운 점유율을 나타내는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결제 서비스의 기반으로 삼는 한편 독점적 영향력을 키우는 데 기여한 애플리케이션(앱) 선탑재 전략을 동시에 취한다면, 간편결제를 출발점으로 이제 막 꽃피기 시작한 한국 핀테크 시장에 큰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안드로이드의 국내 모바일 OS 점유율은 85%가 넘는다. 세계에서도 안드로이드 의존도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런 환경에서 구글이 안드로이드 페이 같은 결제 플랫폼을 들고 나오면 이용자는 물론 앱 개발자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일 수 있다. 안드로이드 페이는 앱 개발사가 안드로이드 페이를 연동해 앱을 개발하고, 이용자들은 카드 정보를 저장해 곧바로 '앱 내 결제'가 가능하게끔 하는 것이 특징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국내에서 생태계를 완성한 구글이 높은 인지도를 활용하면 분명 비교 우위에 서서 경쟁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안드로이드 페이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결제가 가능한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의 '탭 투 페이(Tap to Pay)' 기능을 적용할 예정이다. 디지털 콘텐츠 외 실물 구매 결제에도 나서는 것이다.
선탑재는 더욱 큰 위험 요소다. 국내 앱 매매 시장은 앱마켓 선탑재로 인해 구글와 애플이 8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한다. 삼성전자나 이동통신 3사 등 역시 국내에서의 영향력을 이용해 앱마켓 선탑재 전략으로 맞섰지만 사실상 완패를 당했을 정도로 '선탑재의 악몽'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구글이 국내에서도 구글월렛, 안드로이드 페이를 선탑재 한다면 국내 결제시장의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OS를 독점한 기업이 결제까지 한다면 시장을 '평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있다. 지금까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금융사들이 전자지갑 서비스를 쏟아냈지만 알리페이나 페이팔처럼 두각을 나타내는 서비스가 없는 상태다. 국내 시장은 사실상 전자지갑 '무덤'이라는 것이다. 구글월렛이 미국처럼 선탑재가 된다고 하더라도 국내 이용자가 별 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 구글이 NFC 기반의 오프라인 결제를 들고 나왔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현재 국내에 보급된 NFC 포스(POS) 단말기는 아직 2만6,000여대일 정도로 NFC 상용화 정도는 낮다.